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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 입구 사고 참사 1년] “사고 당해도 피해자 책임, 바뀐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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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주일보 2022. 4. 7.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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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로 의식 불명 빠진 김수경씨 아버지 김명준씨 인터뷰
“사고 처리·병원비 마련·전원 병원 찾는 것도 피해자가 해야”

 

“사고를 당한 건데 그 처리도, 병원비 마련도, 치료해 줄 병원을 찾는 것도 모두 피해자가 해야 하더라고요. 말이 되나요?”

62명의 사상자(사망 3·부상 59)를 낸 제주대학교 입구 사거리 연쇄 추돌사고가 발생한 지 어느덧 1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사고로 의식 불명에 빠진 제주대 학생 김수경씨(21)는 여전히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경씨는 그동안 도내 한 종합병원에 입원해 있다 지난달 말부터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사고가 난지 얼마 안 됐을 때만 하더라도 수경씨는 손과 발이 뻣뻣해지는 경직 증상을 심하게 앓았지만, 지금은 많이 호전된 상태라고 명준씨는 전했다. 최근에는 30분씩 인공호흡기를 떼는 연습도 하고 있다.

 

지난 6일 제주시 연동 한 카페에서 김명준씨가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제주대 입구 참사가 발생한 지 정확히 1년째 되는 날인 지난 6일 제주시 연동에서 만난 수경씨의 아버지 김명준씨(52)는 사고 이후 여러 후속 조치가 이뤄졌지만, 정작 피해자들을 위한 대책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며 울분을 터트렸다.

김명준씨는 “사고 후 딸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지정 헌혈을 해준 많은 도민들 덕분에 다행히 수경이가 힘내서 잘 버텨주고 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걱정이 앞설 정도”라며 감사함을 표했다.

김씨는 “사고를 낸 운전자는 겨우 금고 5년형에 그쳤고, 화물차 차주와 운송업체는 나 몰라라 하고 있다”며 “차주는 자신도 피해자라는 황당한 말을 하고 있고, 운송업체는 자구책을 마련 중이라며 연락 주겠다 해놓고 도망가 버렸다. 지금은 통화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국회의원도 찾아가 보고, 도의원과 도청 공무원들도 만나봤지만, 다들 자기 일이 아니라는 듯 움직이지 않았다”며 “사고 당시 원희룡 전 지사가 각 병원에 공무원들을 파견해 진상 파악과 함께 피해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고 했는데, 내가 병원에서 몇 날 며칠을 뜬눈으로 지켜봤지만, 공무원을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무원이면 국민과 국가를 위해 봉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 내가 만난 공무원들은 그저 직장인에 불과했다”고 비난했다.

수경씨의 입원과 치료 기간이 길어지면서 병원비 부담 문제도 커지고 있다. 이날까지 명준씨가 납부한 병원비만 6000만원이 넘는다.

김명준씨는 아내와 함께 조그마한 회사를 운영하고 있지만, 사고 이후로 일을 하지 못해 사실상 수입이 없는 상황이다. 지원금이라고는 도청으로부터 위로금 명목으로 지급받은 20만원이 전부.

설상가상으로 김씨는 보험사에서 딸이 규정에 맞지 않는 1인실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1인실을 쓰고 싶어 쓴 것도 아니고, 의사가 코로나 감염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서 1인실에 들어간 건데 보험사에서는 인정을 못 한다고 한다. 너무 억울하다”고 했다.  

 

김씨는 딸을 치료해 줄 병원을 찾는 과정에서의 어려움도 토로했다. 그는 “딸의 상태가 위중한데 입원했던 도내 종합병원에서는 치료가 끝났다며 계속 나가라고만 했다. 알고 보니 환자가 일정한 약을 장기간 투여받으면 안정적 상태로 인정되는데, 입원한 지 90일이 넘어가면 병원이 정부로부터 받는 지원금이 깎여서였다”고 말했다.  

병원 측에서 이익을 위해 환자를 의도적으로 붙잡을 우려와 일명 ‘나이롱환자’들의 보험금 부정 수령을 막고자 하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제도의 사각지대인 것.

김씨는 “딸을 치료해 줄 병원을 찾는 것도 입원해 있던 병원 측이나 행정당국이 아닌 피해자가 직접 해야 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사고를 당해도 피해자가 사고 처리부터 병원비 마련에, 치료해 줄 병원을 찾는 것까지 전부 해결해야 하는 세상”이라고 하소연했다. 

김씨는 제주대 참사 같은 대형 사고 예방을 위해 화물차 운전자는 물론, 차주와 운송업체 관계자들도 처벌할 수 있도록 법이 강화돼야 한다고 했다.

특히 피해자들을 위한 지원금 지급 등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경이가 얼른 일어나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울 거란 걸 알지만, 일어나 눈만 뜨기라도 한다면 더는 바랄 게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사람들에게서 그때의 기억이 쉽게 잊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아직 생사의 기로에서 싸우는 사람이 있다. 아픈 기억을 잊지 말고, 자꾸 자각해야 다시는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http://www.jeju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191225 

 

[제주대 참사 1년] “사고 당해도 전부 피해자 책임, 바뀐 게 없다” - 제주일보

“사고를 당한 건데 그 처리도, 병원비 마련도, 치료해 줄 병원을 찾는 것도 모두 피해자가 해야 하더라고요. 말이 되나요?”62명의 사상자(사망 3·부상 59)를 낸 제주대학교 입구 사거리 연쇄 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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