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오전 제주시 조천읍 해안도로.
길게 늘어선 갯바위 곳곳이 ‘바다의 불청객’이라 불리는 괭생이모자반으로 뒤덮여 있었다.
도로에 서 있기만 했는데도 비릿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가까이 다가가자 악취는 더욱 진동했다. 최근 기온이 오른 탓인지 주변에 날파리도 꼬였다.
해안가 백사장에서 사진을 찍고 있던 한 관광객은 “냄새가 너무 심하고, 보기에도 안 좋다”며 “빨리 수거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구좌읍 해안가 곳곳에도 괭생이모자반이 널브러지면서 악취를 풍기고, 미관을 해쳤다.
우리나라로 유입되는 괭생이모자반은 대부분 중국 연안의 암석에 붙어살다가 파도나 바람에 의해 떨어져 나간 것으로, 보통 3~6월 사이 발생한다.
대규모 띠 형태로 이동하는 괭생이모자반은 해안을 오염시키고, 연안 경관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선박의 회전용 추진 날개(스크루)에 감겨 어선 조업에도 지장을 초래한다.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도내 괭생이모자반 수거량은 2017년 4400t에서 2018년 2150t, 2019년 860t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다 2020년 5186t으로 급증했고, 지난해는 9750t으로 1만t에 육박했다. 수거량은 번식처 사정에 따라 해마다 많이 달라 변동 폭이 매우 크다.
제주도는 해양환경관리공단, 한국어촌어항관리공단이 보유한 선박들을 투입해 해상에 떠다니는 괭생이모자반을 수거하고 있고, 모래사장에 있는 괭생이모자반은 중장비를 동원해 거둬가고 있다.
갯바위 사이에 쌓인 괭생이모자반은 중장비 투입이 어려워 일일이 사람이 손으로 직접 수거해야 하는 실정이다.
본지가 국립수산과학원에 확인한 결과 현재 제주도 남서쪽 178㎞ 해상에 괭생이모자반이 대규모로 넓게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괭생이모자반 덩어리는 가로 20㎞, 세로 16㎞에 달한다고 국립수산과학원은 밝혔다.
오현주 국립수산과학원 박사는 “덩어리에 괭생이모자반이 가득 차 있는 것이 아닌, 줄처럼 듬성듬성 있는 상황”이라며 “그 양과 면적이 얼마나 되는 지는 현재 추정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이 괭생이모자반 덩어리가 제주로 유입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 동풍 계열의 바람이 지속해 불면서 덩어리가 중국 쪽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 박사는 “괭생이모자반 이동 경로는 해류와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해류와 바람은 시시각각 변하는 경우가 많아 움직임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다”며 “남서풍 계열의 바람이 불면 제주도 쪽으로 덩어리가 오게 되는데 지금은 유입 가능성이 적어 다각적으로 위성 모니터링 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박사는 “지금 제주에 유입되고 있는 괭생이모자반은 중국 연안에서 발생한 것과 국내 자생종 등이 섞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괭생이모자반이 대량으로 유입되지 않고 있는데, 어느 정도 유입되는 것은 자연적인 현상”이라며 “괭생이모자반 덩어리가 국내에 근접할 것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했다.
진유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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