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거주하고 많은 관광객 찾는 음식 특화거리 바로 앞” 반발
도 “위령비, 유족회 숙원 사업…현대적으로 디자인”
제주특별자치도가 제주4·3 당시 서귀포지역 최대 집단 학살 터였던 정방폭포 인근에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조형물(위령비) 건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주민 반발에 부딪히면서 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주도는 정방폭포 일대가 4·3 당시 산남지역 최대 학살 터이자 가장 많은 토벌대가 주둔했던 역사적 사실을 알리고, 영령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폭포 인근 서귀포시 서귀동 자구리공원 부지에 위령비를 설치하고, 위령 공간과 이어지는 연결로를 신설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애초 사업은 지난해 12월 27일 착공에 들어가 오는 26일 준공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주민들의 강한 반발로 수 개월째 답보 상태에 머무르는 실정이다.
8일 오전 찾은 사업 부지에는 4·3 위령비 설치를 결사 반대한다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었고, 사업에 쓰일 자재들도 덩그러니 놓여 있는 상태였다.
사업 반대 측 주민회 대표는 “왜 하필 주민들이 거주하고, 많은 관광객이 찾는 음식 특화거리 바로 앞에 위령비를 세우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사업 추진 전 주민들과의 협의 과정도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공사가 시작되고 3, 4일가량 지난 후에야 위령비 건립을 위한 공사임을 알게 됐다”며 “위령비가 세워지면 영령들을 모시는 자리인 만큼 겁이 나 밖으로 나가지 못할 것 같다는 주민들이 벌써 적지 않고, 주변 식당을 찾는 손님들도 혐오스러워 그대로 나가버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업 추진을 반대한다는 한 상인도 “관광지 바로 앞이어서 보기도 안 좋고, 주민들도 다들 싫어한다”며 “공원은 사람들이 편하게 쉬다 갈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하는데, 위령비가 설치되면 그럴 수 없게 될 것”이라고 했다.
사업 반대 측 주민회는 부지 변경 외 다른 협의는 절대 없을 것이란 뜻을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해 제주도 관계자는 “4·3 당시 정방폭포 일대에서 수백 명이 학살됐지만, 희생자를 기리는 위령비는커녕 4·3 학살 터였다는 사실을 알리는 변변한 안내판도 없어 유족들의 불만이 제기돼 왔고, 위령비 건립은 유족들의 숙원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위령비를 예전 위령탑 개념이 아닌, 정방폭포를 형상화할 수 있도록 현대적으로 디자인해 사람들이 혐오시설로 인식하지 않게끔 제작하려고 한다”며 “앞으로 주민들과 계속 협의를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방폭포는 폭포수가 뭍에서 바다로 직접 떨어지는 동양 유일의 해안 폭포다.
대부분 유명 관광지로만 알고 있지만, 4·3 당시 마을 주민 수 백명이 집단 학살당한 한이 서린 4·3유적지다.
군경 토벌대는 1948년 11월부터 이듬해까지 초토화 작전 소개령에 따라 3살 아이부터 여성, 노인까지 가리지않고 주민을 붙잡았고, 정방폭포와 인근 소남머리 일대에서 250여 명을 집단 총살했다.
진유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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