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홍 4·3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장 할아버지인 고(故) 양천종 씨로 신원 확인
광주형무소 옛터에서 발굴된 유해 중 1구가 제주4·3 행방불명 희생자인 것으로 75년 만에 확인됐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광주형무소 발굴 유해의 유전자 정보를 확인한 결과 유해 1구가 제주4·3 행방불명 희생자인 고(故) 양천종 씨(1898년생)로 확인했다고 12일 밝혔다.
제주도와 4·3재단은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 조사위원회로부터 제공받은 광주형무소 옛터 발굴 유해의 유전자 정보를 4·3 희생자 유가족의 유전자 정보와 대조했고, 그 결과 새로운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양천종 씨는 현 양성홍 제주4·3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장의 친할아버지로 알려졌다.
제주시 연동리 출신인 양천종 씨는 4·3 당시 집이 불에 타자 가족들과 함께 노형리 골머리오름에서 피신생활을 했고, 1949년 3월 토벌대의 선무공작으로 귀순했다.
이후 주정공장에서 한 달여 간 수용생활을 한 뒤 풀려났다가 같은 해 7월 농사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다시 체포돼 광주형무소에 수감됐다.
가족들에게 마지막으로 전해진 소식은 1949년 11월 안부 편지였다. “형무소에서 잘 지낸다”는 내용의 편지 이후 가족들은 12월 4일자로 형무소로부터 사망 통보를 받았다.
당시 유족들은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밭을 팔아가며 안간힘을 썼지만, 끝내 유해를 찾지 못했었다.
이번에 확인된 유해는 광주 북구 문흥동 옛 광주형무소터 무연분묘에서 발굴된 유해 261구 가운데 하나다.
당시 재판 기록에 따르면 180명의 제주도민이 재판을 받고, 광주형무소에 수감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판결 없이 희생된 사람들을 포함해 수감된 제주도민은 200여 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제주도와 4·3재단은 영문도 모른 채 타지에서 75년간 잠들어 있던 희생자에 대한 예우를 갖춰 고향으로 모셔올 계획이다.
희생자 유해는 오는 12월 16일 유가족과 제주4·3희생자유족회, 관계기관 관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인계 절차를 거쳐 유족회 주관으로 제례를 지낸 후 화장될 예정이다.
12월 17일에는 항공편으로 75년 만에 고향 제주로 봉환되며, 제주도는 이날 유가족과 도지사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봉환식을 거행하고, 신원 확인 보고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 지금까지 4·3 희생자 유해 신원이 확인된 145명 중 2명은 도외지역에서 발굴, 확인됐다.
제주도는 올해 대전 골령골 70구와 경산 코발트 광산 42구 등 도외지역 발굴 유해 112구에 대한 유전자 감식을 진행 중이다.
현재 행방불명 4·3희생자 유가족 2233명의 유전자 정보가 확보된 상태다.
제주도와 4·3재단은 진실화해위원회와 협업을 통해 대전 골령골 발굴 유해에 대한 유전자 정보를 공유하며, 4·3 희생자를 포함한 대전 산내사건 희생자들의 신원 확인 공동사업도 추진 중이다.
제주도는 지난해 감식한 대전 골령골 발굴 유해 70구의 유전자 정보를 진화위에 제공했고, 올해는 진화위로부터 273구의 유전자 정보를 제공받을 예정이다.
진유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