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캐비닛 속 3만7000컷 사진.필름 디지털사진으로 변환
제1회 탐라미인선발대회, 칠성통 도로 포장 기념식 등 '눈길'
타임머신을 타고 6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제주는 어떤 모습일까?
제주4·3사건(1948~1954) 광풍이 휩쓸고 간 제주는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1960년대부터 감귤 농사와 관광산업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경제개발과 산업 개편에 나섰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역사적 가치가 높은 사진과 슬라이드를 영구적으로 보존하기 위해 사업비 8900만원을 들여 옛 사진과 필름을 디지털(전자) 파일로 변환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는 각 부서 캐비닛에 보관 중인 1960~1980년대 사진과 필름 3만7000컷을 연말까지 디지털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필름 세척 후 약품 처리와 스캔 장비로 고해상도 사진파일을 생성하고 있다.
지난 6월부터 디지털로 복원 된 사진에는 1961년 강성익 도지사가 초가집과 돌담이 있는 남제주군의 한 마을 초도순시하는 모습이 나왔다.
1962~1963년에는 제일극장에서 제1·2회 탐라미인대회가 열렸다. 당시 탐라미인에 고려진씨와 준탐라미인에 김덕생씨가 뽑혔고, 입사자들의 카퍼레이드와 친선 사절로 일본으로 출국하는 모습이 앵글에 남아 있어서 눈길을 끌었다. 고려진씨는 이후 동양방송(TBC)의 아나운서로 활약했다.
1963년 제주시 동문로터리 ‘해병혼(海兵魂)’ 탑에서는 제13주년 해병대 창설 기념식이 열렸다.
교사와 학생 등 제주 청년 3000여 명으로 구성된 해병 3·4기는 인천상륙작전과 9·28 서울 수복, 도솔산지구전투 승전으로 6·25전쟁의 판도를 바꾸면서 ‘무적해병’(無敵海兵)의 신화를 낳았다.
1950년 9월 1일 해병 3·4기가 인천상륙작전을 위해 제주항을 출항한 날을 기념해 매년 이날에 맞춰 제주해병대의 날 기념식이 열리고 있다.
1963년 칠성통 도로 포장 개통식에서는 ‘백치아다다’(1935)로 유명한 소설가 계용묵의 단골 다방으로 제주현대문학의 상징적 공간인 ‘동백다방’ 간판과 입구가 필름에 남았다. 계용묵은 3년5개월 동안 칠성로 동백다방에서 문학 활동하면서 교양지를 편찬했다.
1963년 서귀포시 법환동에서 지하수 관정을 통해 수돗물을 공급하는 간이상수도 통수식에서는 김영관 도지사와 김현철 내각수반 부인, 이탈리아 대사 부인이 참석하는 등 당시 용수 공급은 중요한 행사로 꼽혔다.
조상범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장은 “이번 사업은 캐비닛에 방치됐던 사진과 필름을 제주 현대사 자료로 구축하는 것으로, 우선 30점을 디지털 사진으로 복원했다”며 “1960년대 김영관 지사 부부가 이임식에서 춤을 추는 장면과 간부 공무원들이 신년 축하 파티에서 삶은 계란을 먹는 모습 등 당시 생활상과 제주의 발전상을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좌동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