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강정크루즈항에 '사후면세점' 들어선다

올해 강정항에 크루즈선 151척 입항...'제주시로 가서 원정 쇼핑'
강정마을회, 9월쯤 운영 예정...중국인 겨냥 화장품.건강식품 판매

 

서귀포시 강정동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에 국제 크루즈선 입항이 재개되면서 ‘사후면세점’이 설치된다.

오는 9월 사후면세점이 들어서는 서귀포시 강정크루즈터미널 주민편익시설 전경.

 

3일 제주특별자치도와 강정마을회(회장 조상우)에 따르면 3층 규모의 강정크루즈터미널 내 주민편익시설(1195㎡)에 사후면세점을 설치, 오는 9월부터 운영할 예정이다.

강정마을회가 운영하는 사후 면세점은 마을기금 4억원을 투입해 현재 리모델링과 설계변경이 진행 중이다. 제주도는 해당 건물의 용도를 상업시설(근린생활시설)로 변경 중이다.

제주공항 지정면세점과 신라·롯데 시내면세점은 ‘사전면세점’(Duty Free)으로 부가가치세와 개별소비세, 수입품의 관세, 담배소비세, 주세 등 모두 사전에 면제된다.

반면, 사후면세점(Tax Free)은 부가세와 개별소비세만 면제된다. 원래 가격으로 구입한 후 영수증을 갖고 강정항에서 환급절차를 신청해야 한다.

대기업 위주의 사전면세점은 5년마다 한 번씩 관세청이 허가하는 특허권을 따기 위해 경쟁해야 하지만, 사후면세점은 관할 세무서에 신고한 뒤 사후면세 절차 안내문 등만 붙이면 영업을 할 수 있다.

그래서 강정마을회가 운영하는 사후면세점은 양주와 담배, 명품 가방·시계 등은 판매하지 않으며 납품 업체를 통해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화장품, 건강음료, 홍삼·인삼 등을 주로 판매할 예정이다.

조상우 회장은 “중국인 크루즈여행객들이 강정항을 통해 오고 있지만, 터미널 주변에 13평짜리 편의점 1개만 있을 뿐 편의시설이 빈약하다”며 “관광객들이 제주시가 아닌 서귀포시에서 소비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마을회에서 사후면세점을 운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을기금이 투입되면서 수익이 나도 주민들에게 현금 배당을 하지 않고, 마을 복지사업에 사용된다”며 “주민 고용도 필요하지만, 중국어 능통자를 직원으로 채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외국인 관광객이 사후면세점에서 물품 구매 시 받을 수 있는 즉시 환급 한도는 1회 기준 100만원, 연간 총 구매금액은 500만원이다.

제주도에 따르면 올해 연말까지 제주를 찾는 크루즈선 입항은 제주항 153척, 강정항 151척 등 총 304척이다.

강정항은 20만톤 1척과 15만톤 1척 등 대형 크루즈선이 2척이 동시에 정박할 수 있다.

지난 5월 관광객 5011명이 탑승한 16만톤급 대형 크루즈선이 강정항에 입항했지만, 서귀포시에는 대형 쇼핑센터가 없어서 이들 대다수 여행객들은 제주시 연동에 있는 신라·롯데면세점을 방문했다.

지난 6월 말 기준 강정항 크루즈선 입항은 70회에 25만7130명에 이른다. 내년 3월까지 기항 스케줄이 확정된 상태다.

총사업비 601억원이 투입된 강정크루즈터미널은 2017년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와 코로나로 지난 6년 동안 개점휴업에 들어갔지만, 지난해 8월부터 크루즈선이 입항하면서 외국인 관광객 방문이 급증했다.

그런데 크루즈 승객 평균 3000여 명의 출·입국 절차에 4시간이 소요됨에 따라 실질적으로 제주에 체류하는 시간은 선박 기항 8시간 중 약 4시간에 머물고 있다. 제주도는 CIQ(세관·출입국·검역) 절차 간소화를 위해 국비 72억원을 투입해 강정항과 제주항에 무인자동심사대를 도입할 예정이다.

 

좌동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