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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이건희 회장 수집 작품 360점 제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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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주일보 2024. 6. 4.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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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수집가의 초대-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국립제주박물관 특별전’
4일 개막..국보 11점, 보물 15점 포함 국립박물관 순회전 최대 규모

 

정선 '인왕제색도', 조선 1751년, 보물(국립제주박물관 제공)

 

수집은 몰입이다.

한 점 한 점 눈에 담고 손으로 쓸어보면서 진열장이 아니라 가슴 깊은 곳에 담아놓을 때 비로소 수집가의 입가에 미소가 걸린다.

국립제주박물관은 4일부터 8월 18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어느 수집가의 초대-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국립제주박물관 특별전’을 개최한다.

2021년 4월 고 이건희 회장 유족은 이 회장의 수집품 가운데 문화유산 2만1693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2022년에는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이 기증 1주년 기념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를 개최했다.

이번 전시는 당시 기념전을 재구성하고, 제주 관련 작품을 추가하는 등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비롯한 국보 11점, 보물 15점을 포함해 총 360점을 선보이는 자리다. 소속 국립박물관 순회전 가운데 최다 규모다.

제주 특산 붉가시나무로 짠 반닫이인 ‘제주궤’, 1404년 제주에서 간행한 현존 최고(最古) 도서인 ‘황석공소서(黃石公素書)’, 이형상 목사의 문집 ‘병와집(瓶窩集)’ 등과 함께 ‘무구정광대다라니경·국왕경응조무구정탑원기(無垢淨光大陀羅尼經・國王慶膺造無垢淨塔願記)’는 추사 김정희와 인연이 깊은 모사첩으로 1934년 사진으로 공개된 이후 실물은 90년 만에 처음 소개된다.

전시는 제1부 수집가의 환대, 제2부 수집가의 몰입, 제3부 수집가의 성심으로 구성됐다.

제1부는 올레를 들어서서 수집가와 소반에 마주 앉아 차 한잔을 나누는 공간으로 시작한다. ‘책가도(冊架圖)’ 병풍과 기증 공예품으로 구성한 실물 책가와 함께 백자 달항아리도 만나볼 수 있다.

제2부는 수집가가 몰입했던 서화와 도자기 명품으로 채워졌다.

‘달밤 솔숲의 호랑이 가족’ 병풍, 화조화와 산수화, 초상화, 부채 그림도 펼쳐진다. 토기에서부터 보물로 지정된 ‘청자 상감 모란무늬 발우와 접시’, ‘백자 청화 동정추월무늬 병’ 등 도자기 명품도 선보인다. 특히 국보인 정선의 ‘인왕제색도’와 김홍도의 ‘추성부도(秋聲賦圖)’가 화룡점정이다.

제3부는 물건에 담긴 깊은 마음에 젖는 경험을 선사한다. 초기철기시대 사람의 두려움을 떨쳐주었던 국보 ‘청동방울’, 초기 불교 조각의 걸작 ‘일광삼존상(一光三尊像)’, 거란을 물리치려는 마음으로 새기로 찍어낸 ‘초조본 대반야바라밀다경(初雕本 大般若波羅蜜多經)’, 세상 모든 고통이 사라지기를 기원한 ‘천수관음보살도(千手觀音菩薩圖)’를 만나볼 수 있다. ‘천수관음보살도’와 ‘수월관음도’는 제주에서 최초로 전시되는 고려 불화다.

 

국립제주박물관은 이번 특별전에서 서화 작품은 빛에 쉽게 손상되기 때문에 유물 안전과 보호 차원에서 한 차례 교체가 이뤄진다고 밝혔다.

4일부터 7월 14일까지 첫 번째 서화 작품을 선보인 후 7월 16일부터 8월 18일까지 새로운 서화를 소개한다. 국보 ‘인왕제색도’는 6월 한 달 동안만 감상할 수 있으며, 국보 ‘추성부도’ 역시 7월 16일부터 8월 11일까지만 선보인다.

관람은 무료로 이뤄진다. 국립박물관 전시안내 앱으로 음성해설을 이용할 수 있으며, 전시품에 담긴 자세한 설명은 QR코드로 확인할 수 있다.

국립제주박물관 박진우 관장은 개막에 앞서 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고 이건희 회장의 수집품 기증 이후 제주 동자석과 문인석 55점이 2022년 11월 우선 국립제주박물관으로 왔다. 기증품을 국립박물관 상설전시에 활용한 첫 사례”라며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제주 관련 문화유산 11점 역시 2년여에 걸친 조사 연구 끝에 제주와의 연관성을 밝혀내 새롭게 소개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형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