뗀석기 등 다양한 유물은 국립제주박물관에 전시.보관 중
고산리유적안내센터 복제품 전시...하루 평균 방문객 150명
주민들 "문화재 주변까지 규제...평생 농사만 짓고 살아야할 판"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선사유적지 현장에 유물은 남아 있지 않지만, 문화재 주변에 대한 규제는 여전해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고산리 선사유적은 기원전 1만년 전 원시농경과 목축을 기반으로 정착생활을 시작한 신석기시대 전기의 선사유적이다.
우리나라 신석기 문화를 기원전 6000년에서 1만년으로 끌어올리면서 고고학 연구에 한 획을 그었다.
그동안 3차례의 발굴조사로 석기 9만9000여 점과 토기조각 1000여 점이 출토됐다.
발굴된 토기는 점토에 줄기가 연한 식물을 섞어 제작해 표면에는 줄기 흔적이 남아 있어서 ‘고산리식 토기’라 명명됐다.
하지만, 출토된 모든 유물들은 매장문화재법에 따라 국가에 귀속됐고, 항온·항습설비가 갖춰진 국립제주박물관 전시설과 수장고에 전시·보관 중이다.
이로 인해 유물 발굴지에는 잡풀만이 무성한 채 안내 시설만 세워져 있고, 2016년 문을 연 고산리유적안내센터에는 복제된 토기를 전시 중이다.
무료로 개방하는 안내센터에서는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했지만 하루 평균 방문객은 150명에 머물고 있다.
특히, 넓은 평야지대로 ‘한장밭’이라 불리는 이곳은 1998년 국가사적 412호로 지정됐다.
유물 매장지 9만8465㎡를 비롯해 자구내 포구에서 화산쇄설층 절벽이 있는 엉알해변까지 고산리 해안도로 1.1㎞ 구간은 매장문화재법 등에 따라 개발행위가 엄격히 제한됐다.
이성삼 고산1리장은 “30여 년 전 발굴조사가 시작된 이래 문화재 보존지역으로 묶이면서 농막조차 마음대로 설치하지 못하고 있다”며 “보존지역에 포함된 고산리 해안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땅 값이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유물은 박물관에 있고, 현장에는 잡풀만 무성한데도 문화재 주변까지 과도한 규제로 주민들은 평생 이곳에서 브로콜리 농사만 짓고 살아야할 형편에 놓였다”고 한숨을 쉬었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지난해 12월 고산리와 삼양동 선사유적 등 국가사적 6곳의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 대한 고시 변경으로 건축행위를 완화했다”며 “국가유산청을 설득해 국가문화재 반경 500m에 대한 규제를 최대한 완화했고, 앞으로도 문화재와 주민들이 상생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세계유산본부는 작년 12월 고산리 선사유적 1구역(보존구역)에서 약 3분의 1의 면적을 2-1구역으로 조정해 이곳에도 높이 7.5m까지 건축물을 신축할 수 있도록 완화했다.
또한 1구역이라도 개발행위를 할 경우 선사유적에 영향을 미칠 경우 국가유산청(옛 문화재청)에서 심의를 하되, 유적에 별다른 영향이 없으면 제주시로부터 문화재 영향 검토 등 개별 심의를 받도록 했다.
한편, 고산리 선사유적은 1987년 5월 고산리 주민이 밭을 경작하던 중 토기 파편과 석창(돌창), 끍개 등 뗀석기를 발견해 제주도 당국에 신고하면 세상에 알려졌다.
제주도와 문화재 전문기관은 1991년부터 정밀 지표조사에 이어 1994년, 1997년, 1998년 3차례의 발굴조사를 통해 신석기시대 초창기에 해당되는 다양한 유구(주거지)를 찾아냈고, 이곳에서는 다량의 유물이 출토됐다.
좌동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