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민경 개인전 '잔디는 따가운 송곳처럼'…18일부터 제주시 돌담갤러리
종이를 날카로운 송곳으로 찢으며 완성한 작업은 아픔을 시각화한다. 내면의 상처와 마주하며 치유의 시간을 갖는다.
재생과 발전에 주목해 작업하고 있는 허민경 작가의 네 번째 개인전 ‘잔디는 따가운 송곳처럼’이 18일부터 30일까지 제주시 돌담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제주4·3을 겪은 여성 피해자의 이야기를 감성적 기획을 통해 선보인다.
특히 제주4·3을 겪은 여성 피해자들이 보여준 사랑과 그들이 일군 노력에 주목한다. 강인한 생명력과 재생의 힘으로 어머니는 새로운 뿌리를 내렸다. 그 뿌리에서 파생된 우리는 미래로 향한다.
그런 의미에서 전시 기획은 ‘올레’를 매개체로 삼았다. 올레는 험한 세상에 맞서 살아간 제주인의 지혜다. 과거에서 현재까지 되짚어보는 과정은 마치 올레의 잔디를 밟으며 집에 도착하는 순간처럼 느껴질 것이다. 잔디를 밟는 따끔한 감각으로 선대의 사랑을 기억한다.
작품은 흰색 종이와 검은색 흑연으로 구성됐다. 흑백 재료는 극단을 나타낸다. 두 색을 조율하며 완성된 회색의 작업은 중심을 찾아가는 과정을 의미한다.
평면작품 6점, 설치작품 1점, 글 작품 1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서는 비평에 독립큐레이터 이하영, 글 작품 자문에 김영란 시인, 재생 종이와 자투리 종이를 활용한 디자인에 디자이너 양양이 함께했다.
허 작가는 “국가폭력사건을 재현한 예술작품은 학살의 이미지가 반복된다. 특히 약자의 상징인 여성은 대개 피해자로 그려진다”며 “이번 기획전을 통해 피해자의 틀에서 벗어나 긍정적 관점으로 전환된다. 재생된 우리는 성장한다”고 말했다.
김형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