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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해녀의 푸르른 삶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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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주일보 2024. 5. 1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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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익종 작가 인생 3막 ‘발룬티코노미스트’ 펴내

 

“20여 년 전 어느 날. 제주 작은 어촌마을에서 만난 구부정한 허리의 제주 해녀는 어째서 그렇게 가슴 짠하게 아름다웠을까.”

제주해녀의 모습을 짝사랑한 한익종 작가는 그로부터 5년 후 제주에서 인생 3막을 시작한다.

한 작가가 최근 제주 해녀의 푸르른 삶을 그린 ‘발룬티코노미스트’를 펴냈다. 봉사라는 의미의 ‘발룬티어’와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이라는 ‘이코노미스트’가 합쳐진 제목이다.

한 작가는 제주에서 해녀의 모습만이라도 곁에 두고 싶었고 어떻게 기록할까 고심에 빠졌다. 어느 날 중식당에서 식사를 하다 무심코 쓰다 버린 나무젓가락을 부러뜨려 냅킨에 짜장면 국물을 찍어 그림을 그려본다.

‘해녀의 투박하면서도 거친 삶’을 표현하기에 이보다 알맞은 표현 도구는 생각할 수 없었다. 여기저기 버려진 나무젓가락을 주워다 부러뜨린 뒤 먹을 찍어 역시 버려진 골판지에 해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한 작가는 해녀들의 지혜를 그림과 말로 전한다. 책의 왼쪽에는 작가 시점, 오른쪽은 해녀 시점의 글을 담았다. 왼쪽 페이지에서 작가는 그가 직접 마주한 인생 3막에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를 이야기한다. 오른쪽 페이지에서는 해녀가 오늘의 물질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 작가는 “혹자는 왜 해녀를 버려진 나무젓가락으로 골판지에 그리느냐고도 했다. 남루한 생활, 죽음을 무릅써야만 하는 물질, 세상이 업신여기고 보잘것없이 대접하던 해녀의 삶에서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으로 꽃 피게 된 오늘을 보았다”며 “그런 삶을 표현해내기에 버려진 나무젓가락과 수명을 다한 골판지야말로 환상적 도구였다. 버려지고 홀대받는 존재 속에서 희망의 빛을 끌어내는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김형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