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부터 열리는 제60회 베니스 비엔날레 기획공모전 참여
고영훈, 박서보, 하인두, 정혜련 등 ‘한국 현대미술의 정수’전
최정주 감독 “30년만의 베니스 무대…확장된 회화세계 소개”
제주 출신이자 1986년 최초의 베니스 비엔날레 초대작가인 고영훈 화백의 작품이 38년 만에 다시 베니스에 입성한다.
최정주 전 제주도립미술관장은 1일 이탈리아 베니스의 비영리 문화재단인 ‘콘실리오 유럽 델아르테 파운데이션(Concilio Europeo dell'Arte Foundation)’이 제60회 베니스 비엔날레 개최를 기념해 공모한 기획전에서 ‘한국 현대미술의 정수 : 손에서 정신으로의 여정’의 전시 감독으로 선정되면서, 신형상 회화의 고영훈 화백을 비롯해 기하추상의 하인두, 단색화의 박서보, 복합매체 설치의 정혜련 등 4인전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전시 주제는 전후 국제미술의 영향을 자기화하는 여정 속에서 형성된 한국 현대미술만의 독특한 특성이다.
1960년대 말의 기하추상부터 1970년대의 단색화, 1980년대의 신형상회화로 이어지는 한국 현대미술의 단면은 새로운 조형 실험의 필요성과 한국적 예술의 정립에 대한 시대적 염원을 성공적으로 제시한 대표적인 미술사조다.
그런 의미에서 이들은 모두 서양 미술사조의 유입기에 한국 고유의 전통문화와 동양철학이 지녀온 정신적 가치를 극강으로 실현하며 한국적 예술의 전형을 이뤄냈다.
베니스 비엔날레 기간 진행되는 여러 주제전이나 개인전과 달리 유일한 한국현대미술사 전시다. 출품작은 총 21점이며, 전시는 오는 20일부터 11월 24일까지 인파라디소 아트 갤러리(InParadiso Art Gallery)에서 열린다.
전시 내용은 20일 개막 이후 콘실리오 유럽 델 아르테 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제주 출신의 고영훈 작가는 1986년 최초의 베니스 비엔날레 초대작가로, 이번에 38년만에 베니스 비엔날레에서의 전시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고영훈 화백의 신형상 회화는 단색화가 추구한 동양적 정신성의 표출에 공명함과 동시에 이를 극사실적인 형상의 표현으로 구체화하고 사물의 본질에 대한 성찰을 시도함으로써 한국 리얼리즘 회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고 화백은 1973년에 발표한 ‘돌’ 연작을 시작으로 책, 깃털, 시계 등 시공간을 통해 존재의 의미를 드러내면서 일상의 다양한 사물들이 지니는 무한성, 망각, 흔적, 시대정신의 가치를 강조해왔다.
또한 ‘세대’,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등으로 이어지는 최근작에서는 존재의 존엄성과 계승의 의미를 통찰하고 다차원적 세계의 순환을 부각하고 있다.
최정주 감독은 “1986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초대받은 고영훈 작가는 국제무대 진출 1세대로서 현대미술을 개척하고 일궈낸 장본인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작품세계의 진화 과정을 선보일 예정”이라며 “30여 년 만에 다시 베니스 무대에서 자신의 확장된 회화세계를 소개한다”고 말했다.
김형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