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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년만에 찾은 작은형 유골...미국에 제주4.3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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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주일보 2024. 2. 21.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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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진 재미제주도민회장, 20일 작은형 고(故) 이한성 유해 확인
“재심재판에서 무죄 선고...제주4·3 역사 바로 잡아줘서 감사하다"
예비검속으로 암매장 당한 고(故) 강문후씨 유골도 가족들 품으로

 

“제주4·3 영령 모두가 가족을 만나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미국 뉴욕에서 마트를 운영 중인 이한진 재미제주도민회장(85)은 75년 전 행방불명됐던 작은형인 고(故) 이한성씨(당시 26세)의 유해 앞에서 눈물을 보였다.

20일 4·3평화교육센터 대강당에서 열린 고(故) 이한진씨의 유해에 대한 신원 확인 보고회에서 고인의 유족들이 유골함 앞에서 묵념을 하고 있다. 고봉수 기자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이날 4·3평화교육센터에서 발굴 유해 2구에 대한 신원 확인 보고회를 열었다.

이한진 회장에 따르면 고인은 1947년 3·1절 기념행사에서 젊은 학생들에게 태극기가 그려진 머리띠를 나눠주며 신탁 통치와 친일파 인사 등용을 반대했다.

이듬해 제주4·3이 발생하자, 고인은 고향인 제주시 화북동을 떠나 피신 생활을 이어갔다. 그는 1949년 봄 무렵 자수하면 살려준다는 전단지를 보고 경찰에 자수했다.

군경의 약속과 달리 그는 1949년 6월 군사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제주공항에 끌려간 후 행방불명됐다.

4·3평화재단은 4·3당시 ‘수형인 사형장’으로 불렸던 집단 학살터인 제주공항 활주로 주변에서 2007~2009년 3년간 유해발굴을 실시해 암매장된 388구의 유해를 발견했다.

이한진 회장은 지난해 10월 세계제주인대회 참석을 위해 고향을 찾았고 유가족 채혈에 참여했다. 그 결과, 공항에 암매장됐었던 작은형인 이한성씨와 유전자가 같다는 소식을 듣고 이날 제주를 방문했다.

이 회장은 “작은형이 군경 토벌대에 쫓기는 신세가 되자, 도피자 가족으로 낙인찍혀 어머니와 누나가 토벌대에 학살됐고, 큰형은 대구형무소에 수감 중 행방불명됐다”며 “한국 정부가 행방불명된 큰형과 작은형에 대해 최근 재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하면서 제주4·3의 역사를 바로 잡아줬다”며 감사를 전했다.

그러면서 “아름답고 평화로운 제주를 위해 제가 할 수 있을 일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회장은 이날 예일대 의대 교수인 아들 이승우씨와 코넬대 로스쿨을 수석으로 졸업, 미국에서 국제법 전문 변호사로 활동 중인 딸 이승원씨와 함께 고향을 찾았다.

 

오영훈 지사는 “행방불명 4·3희생자들이 가족의 품에 안기는 그날까지 유해 발굴과 유가족 채혈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보고회에서는 4·3당시 안덕면 화순리에서 예비검속으로 구금된 후 1950년 7월 제주공항에서 암매장 당한 고(故) 강문후씨(당시 41세)의 유해가 확인돼 유골이 가족에게 인계됐다.

제주도는 제주공항과 화북 별도봉 진지동굴 등 제주4·3 당시 집단 학살터와 대전골령골에서 모두 413구의 유해를 발굴했으며, 유전자 감식을 통해 144명(35%)의 희생자 신원을 확인했다.

 

좌동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