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병원, 95명 중 73명 사직 표명...20일부터 수술 차질 불가피
한라병원, 파견의 22명 사직서 내고 19일부터 전원 출근하지 않아
제주도, 비상 상황실 24시간 가동...지방의료원과 보건소 진료시간 연장
정부의 의대 정원에 반발, 제주지역 전공의(인턴·레지던트) 90여 명이 사직 의사를 밝힌 가운데 의료 공백이 현실화되고 있다.
19일 제주대학교병원에 따르면 전공의 95명 중 73명(76.8%)이 사직서를 냈다.
제주대병원 소속 전공의 53명과 협력 병원인 서울대병원·삼성서울병원에서 파견된 전공의 20명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제주대병원 중앙수술실에서는 하루에 10건에서 많게는 20건의 수술이 오전 8시부터 진행된다. 전공의들은 교수가 집도하는 수술과 진료를 보조해 왔다.
제주대병원 관계자는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들이 사전 결의에 따라 20일 오전 6시부터 출근하지 않으면 의료 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응급 및 중증환자의 수술을 최우선으로 하는 비상진료 대책을 수립한 후 이를 환자에게도 안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주한라병원은 전공의 35명 중 협력 병원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과 삼성서울병원에서 파견된 22명 전원이 본인이 소속된 병원에 사직서를 냈고, 19일 오전부터 출근하지 않았다.
한라병원 관계자는 “각 진료 부서마다 과장(전문의)들이 배치돼 있어서 수술 연기나 진료 대기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사전 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주지역 6개 종합병원의 전공의 수는 141명이다. 병원별 현황을 보면 제주대병원 95명, 한라병원 35명, 서귀포의료원과 S중앙병원, 한마음병원 각 3명, 한국병원 2명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이날 긴급회의를 열고, 지난 6일 설치한 비상 진료 대책상황실을 24시간 운영한다.
향후 지방의료원과 도내 6개 보건소 등 공공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평일 진료 시간 연장과 주말·공휴일 진료를 확대할 방침이다.
오영훈 지사는 “의료계 집단행동과 관련, 수술 지연 등 도민의 생명과 건강이 위협받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의료기관과 공직사회 모두가 비상 진료 대책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제주도는 현장 점검을 통해 사직서를 내고 출근하지 않은 전공의에 대해 정부의 방침대로 업무 개시(복귀) 명령을 내리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법을 위반해 출근하지 않은 전공의가 확인되면 고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의료법상 업무개시 명령에 불응하면 1년 이하의 자격정지, 최고 3년 이하의 징역과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 처분이 내려진다.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의사 면허가 취소된다.
한편, 정부는 전공의 집단 사직 확산을 막기 위해, 제주대병원 등 전국 221개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에게 진료유지 명령을 발령했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인해 중증·응급치료를 받지 못하는 등 피해를 입은 경우 국번 없이 129번으로 전화하면 피해 사례 상담뿐 아니라 법률구조공단과 연계해 소송에 대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19일 기준 제주지역 종합병원에서 사직서를 낸 후 출근하지 않은 전공의는 모두 45명으로, 이들은 수도권 대형병원에서 파견된 전공의로 파악됐다.
병원별로 출근하지 않은 전공의는 ▲제주대학교병원 16명 ▲제주한라병원 22명 ▲서귀포의료원 3명 ▲제주한마음병원 3명 ▲제주한국병원 1명 등이다.
좌동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