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경매 개시결정 등기 신청 건수 3883건...전년 대비 두 배 상승
집합건물 139% 상승...소위 ‘영끌족’ 고금리 버티다 못해 집 넘어가
최근 경기 침체와 고금리 현상이 지속되면서 지난해 대출 원리금을 제때 갚지 못해 경매에 넘어간 제주지역 부동산이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28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지역 부동산(토지, 건물, 집합건물 등) 임의경매 개시결정 등기 신청 건수는 3883건으로 2022년(1872건) 대비 갑절 늘었다.
이 같은 수치는 법원이 홈페이지에 관련 정보를 개시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최고치다.
임의경매는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린 채무자가 빌린 돈과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할 경우 채권자가 대출금 회수를 위해 부동산을 경매에 넘기는 절차다. 강제경매와 달리 별도의 재판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법원에 경매를 신청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은행 등 금융기관이 채권자일 때 임의경매가 활용된다.
작년 임의경매 개시결정 등기가 신청된 도내 부동산 가운데 집합건물(아파트, 오피스텔, 다세대주택 등)은 977건에 달했다. 이 역시 전년(409건)에 비해 138.8% 급증한 수치다.
이는 17개 시도 가운데 증가율이 가장 높은 것이기도 하다.
저금리 시절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소위 ‘영끌족’들의 집이 고금리를 버티지 못해 경매에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보통 3개월 이상 이자가 연체되면 금융기관이 경매를 신청할 수 있는데, 금리가 높아지자 이자를 못 갚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이와 함께 토지는 2022년 1194건에서 2023년 2378건으로 99.2%, 건물은 269건에서 528건으로 96.3% 각각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올해에도 임의경매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의 이주현 선임연구원은 “금리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거래도 잘되지 않는 상황이어서 집값 상승기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영끌족 중 원리금 상환 부담을 버티지 못하는 이들의 임의경매 매물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진주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