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 자식들에게 피해 갈까봐 70년 넘게 수형생활 숨겨
오는 2월 6일 부산 동아대 모의법정에서 직권재심 예정
합동수행단 “수형인 심신상태 고려해 출장 재판 예정”
제주4·3 당시 7년 반 동안 옥살이를 했던 생존 수형인이 뒤늦게 확인됐다.
제주4·3사건 직권재심 합동수행단(단장 강종헌)은 지난 25일 1949년 7월 2일 고등군법회의에서 국방경비법위반죄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A씨(95)에 대해 직권재심을 제주지방법원에 청구했다고 밝혔다.
제주 출신으로 현재 부산에 살고 있는 A씨는 지금까지 4·3희생자로 결정되지 않아서 4·3특별법에 의한 특별재심 요건은 갖추지 못했다.
합동수행단은 A씨의 진술을 청취하고 관련 자료를 통해 4·3당시 A씨가 불법 구금됐고, 육지 형무소에서 7년6개월 동안 수감된 사실을 확인, 형사소송법에 의한 직권재심을 청구했다.
합동수행단은 또 A씨가 고령인 점을 감안, 생존 중에 신속히 명예회복이 될 수 있도록 직권재심을 청구했다.
A씨는 4·3당시 7년6개월 동안 옥살이를 한 것이 전과자로 낙인찍히면서 가족 등 주위에 피해를 줄까봐 수형사실을 숨겨온 것으로 알려졌다.
강종헌 합동수행단장은 “A씨는 부산에 거주하고 있고 시력이 좋지 않아서 재심 재판 출석 시 보호자가 필요하다”며 “A씨의 심신상태를 고려해 오는 2월 6일 부산 동아대 모의법정에서 사실상 ‘출장 재판’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강 단장은 “A씨의 경우 희생자로 결정되지 않은 생존 수형인에 대해 4·3특별법이 아닌 형사소송법에 의한 직권재심을 청구한 두 번째 사례”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동수행단은 2022년 10월 27일 A씨처럼 희생자로 결정되지 않았던 생존 수형인인 박화춘씨(당시 95세·1927년생)에 대해 형사소송법을 근거로 직권재심을 청구했다. 제주지법은 같은 해 12월 6일 박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박씨는 1948년 군법회의에서 내란죄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았지만, 이 같은 사실을 숨기고 살다가 제주4·3평화재단의 추가 진상 조사 과정에서 생존 수형인으로 확인됐다.
제주4·3 당시 서귀포시 중문면 강정 월산마을에 살던 박씨는 4·3당시 수감생활을 했던 사실이 알려지면 혹시나 자녀들이 연좌제 피해를 입을까봐 7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주위에 이 같은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4·3특별법 개정에 따른 직권재심으로 명예가 회복된 희생자는 지금까지 총 1351명이다. 구체적으로 1~45차 군사재판 직권재심 대상자 1301명과 1~5차 일반재판 직권재심 대상자 50명이다.
한편, 정부가 발간한 4·3진상조사보고서에 따르면 1948년 12월 제주도계엄지구 고등군법회의(군사재판)와 1949년 6~7월 육군 고등군법회의에서 형을 선고 받은 제주도민은 2530명이다. 2530명의 명단이 적힌 수형인 명부는 1999년 국가기록원에서 발견됐다.
수형인 명부에는 이름·직업·연령·본적 등이 기재됐으며 2530명 중 1931명(76%)의 신원이 확인됐다. 그런데 나머지 599명은 이름과 본적이 달라서 정확한 인적사항을 밝혀내는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 이유는 많은 수형인들이 연좌제로 인해 가족들이 피해를 당할 것을 걱정해 수감된 이후 이명(異名)·아명(兒名)으로 이름을 기재하거나, 사실과 다른 본적을 알렸기 때문이다.
좌동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