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송재호 의원.정부 발의한 4.3특별법 수정안 국회 법사위 의결
'제적부 없는 희생자'에 한해 친생자들 가족관계부 새로 작성
실질적인 양자는 입양신고 가능...사후양자 인정범위는 시행령에 규정
제주4·3희생자의 친생자와 양자들이 복잡한 소송을 하지 않더라도 국가 보상금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3일 전체회의를 열고 송재호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제주시갑)과 정부가 제출한 4·3특별법 개정안을 병합 심사해 의결했다. 이 법안은 9일 국회 본회의 통과만을 남겨뒀다.
법안은 민법과 가족관계법에 저촉되는 ▲인지청구 ▲입양신고 ▲혼인신고에 대한 특례를 적용하되, 법 시행 이후 2년까지만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인지청구 특례는 연좌제 피해를 우려해 4·3당시 희생자의 제적부(옛 호적부)에 오르지 못한 친생자들이 친자확인소송 등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지 않아도 가족관계등록부를 새로 작성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당초 법안은 4·3중앙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희생자(사망자)에 대하여~’라고 적용됐던 조항을 ‘제적부가 없는 희생자(사망자)에 대하여~’로 수정됐다. 즉, 제적부가 없는 희생자에 한해서만 친생자들의 가족관계부를 새로 작성할 수 있게 됐다.
입양신고 특례는 4·3희생자와 함께 생활한 ‘실질적인 양자’이지만, 당시 대혼란기에 입양신고를 못한 양자들이 유족 등 이해관계인의 동의와 4·3중앙위의 결정을 받으면 양자로 입양신고를 할 수 있는 제도다.
다만, 4·3희생자의 사망 또는 행방불명 이후에 족보에 오른 ‘사후 양자’는 양자 인정 범위와 입양신고 자격 여부가 법 시행령에서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혼인신고 특례는 4·3당시 사실혼 관계에 있었지만 혼인신고를 못한 채 희생되거나 행방불명돼 법적으로 혼인 관계를 입증하기 어려운 사실혼 배우자와 그 자녀들을 구제하기 위해 마련됐다.
송재호 의원은 “4·3광풍 당시 도민 대다수는 살아남기 위해 가족관계를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고, 4·3이 지난 후에는 연좌제에 엮이지 않으려고 가족관계를 사실대로 신고하지 않았다”며 “이번 4·3특별법을 통해 70여 년 동안 친생자와 배우자들이 4·3희생자의 호적에 넣지도 못하고 가족관계마저 부인해야 했던 한을 풀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례를 적용한 법이 시행되면 반드시 2년 이내에 4·3중앙위원회의 결정을 통해서 국가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해당 특례에 따라 국가 보상금을 받을 수 있는 상속권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증빙자료는 인보증을 비롯해 족보·가족사진·일기·제사·벌초 등을 통해 입증해야 하는데, 이는 법 시행령과 4·3중앙위원회의 심사과정에서 구체화될 예정이다.
좌동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