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올해 노루 등 야생동물 농작물 피해신고 39건
"중산간 개발, 들개에 서식지 밀려...사실상 해안 고립"
제주시 한경면 두모리에서 양파와 마늘을 재배하는 A씨는 올해 농사를 망쳤다.
모종을 심어놓은 밭에 들어와 짓밟고 다니면서 먹어치워 버리는 노루 때문이다. 다시 양파와 마늘 모종을 심기 위해 흙을 덮으면서도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19일 현장에서 A씨는 “두모리는 바닷가 마을인데 노루가 최근 자주 출몰한다. 도로에서 로드킬을 당한 노루 사체도 자주 보인다”며 “면사무소로 농작물 피해신고를 하고 있지만, 피해보상은 역부족이다. 파헤쳐진 밭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오름이나 들판 등 제주지역 중산간 지역에서 주로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노루가 해안 지역까지 내려왔다.
해안마을에서까지 노루가 출몰하는 이유에 대해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 오장근 녹지연구사는 “중산간 개발이 이뤄지면서 해안까지 밀려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며 “들개나 사슴 등과 서식지 경쟁에서도 밀려나면서, 사실상 다시 올라갈 수도 없어 해안마을에 고립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 연구사는 “유해동물 해제 이후 개체수가 조금 늘어나고 있긴 하지만, 노루의 생태계 유지를 위해서는 최소 6100마리는 돼야 할 것으로 조사됐다”며 “포획으로 개체수를 줄인다 하더라도 농작물 피해가 없을 수는 없다”고 전했다.
제주시에 따르면 올해 노루 등 야생동물로 인한 농작물 피해신고는 총 39건이 접수됐다. 보상금은 3500만원이 지출됐다. 지난해도 상황은 마찬가지로 70건에 6700만원을 보상했다.
제주시는 야생동물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매년 5억원 안팎의 시설물 설치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농가에서 노루망과 방조망을 설치하면 비용의 80%, 농가당 최대 3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제주시 관계자는 “콩, 브로콜리 등 농작물 피해가 대부분이고, 올해는 특히 양배추와 콜라비, 콩 재배 농가의 피해가 크다”며 “제주시 동쪽 지역보다는 콜라비나 브로콜리를 많이 재배하는 서쪽 지역이 훨씬 많다. 1~2월에 더 많아지는 것으로 나타나 올겨울 피해가 늘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재 노루 총기 포획은 금지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노루로 인한 농가의 피해가 증가함에 따라 2013년부터 2019년까지 노루를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해 총기 포획을 허가했다. 해당 기간 7000마리가 포획됐으며, 개체수가 4000마리 아래로 감소하면서 절멸 위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돼 다시 유해 야생동물에서 해제했다.
김형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