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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영화제…늙지 않은 땅이 내어주는 기억의 소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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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주일보 2023. 7. 31.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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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도 더 지난 일인데, 엄마는 어떻게 다 기억해?”

“여긴 하나도 안늙었어. 그래서 다 기억해.”

곤을동 마을의 돌담 아래서 딸 경은은 엄마 순옥에게 묻는다. 순옥은 유년의 기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것만 같은 집터의 흙과 풀을 어루만진다. 늙지 않은 땅이 내어주는 기억의 소환이다.

2023 4.3영화제가 지난 29일 CGV제주에서 열렸다. 감독과의 대화에 이어 영화 '메이.데이. 제주'의 주인공인 4.3 생존희생자 고완순, 정경순, 문정심, 김부자씨가 관객과 만나고 있다.

2023 4·3 영화제 7월의 영화로 김지혜 감독의 ‘땅은 늙을 줄 모른다’와 강희진 감독의 ‘메이·제주·데이’, 강상우 감독의 ‘김군’, 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의 ‘액트 오브 킬링’이 지난 29일 CGV 제주에서 상영됐다. 제주, 광주, 인도네시아까지 세 지역에서 벌어진 ‘국가폭력’에 대한 영화다.

관객들은 영화의 배경이 되는 ‘곤을동’이 등장하거나, 그림을 그리며 덤덤하게 아픔을 표현하는 4·3 생존희생자의 모습을 보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특히 광주5·18 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에 대해 극우세력들이 북한군이라고 주장하는 ‘제1광수’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 ‘김군’이 상영되는 동안에는 ‘사실을 왜곡하지 말라’는 객석의 반응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에서 김지혜 감독은 “공간이 기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보기 위해 겁도 없이 4·3 이야기를 제작했다”며 “공부하면 할수록 제주4·3에 대해 물음표를 가지게 된다. 제주 땅에 스며든 아픈 이야기를 통해 4·3을 알리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강희진 감독 역시 “4·3 생존희생자를 인터뷰하며 최소한 피해는 끼치지 말자는 생각을 했다”며 “4·3이 평화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영화 마지막에 ‘메이 제주 데이 컴즈’라고 넣었다”고 말했다.

이날 영화 ‘메이·제주·데이’의 주인공인 4·3 생존희생자 고완순, 정경순, 문정심, 김부자씨가 참석해 4·3 당시의 아픈 기억을 꺼내 보이였다. 그림을 그리며 트라우마를 치유했던 과정 등을 설명하기도 했다.

안덕면 광평리가 고향이라는 관객 양용범씨는 “광평리는 마을의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은 곳이다. 곤을동 영화를 보며 그동안 4·3을 말하지 못한 세월을 생각했다”며 “이제는 말할 수 있어 고맙고, 더 많은 4·3 영화를 제작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올해 처음 개최되는 4·3 영화제는 지난 6월 30일 개막을 시작으로 오는 11월 25일까지 매월 마지막주 금·토요일 CGV 제주에서 ‘기억의 기록, 평화와 인권, 연대와 미래’를 주제로 열린다.

김형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