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대 생산량 자랑하는 제주산 메밀...3곳 중 1곳 수발아 피해
초당옥수수, 단호박 등도 생육 늦어져…“농작물재해보험 품목 확대 필요”
“봄철 이상기후로 각종 작물의 생육이 저하돼 상품 가치가 없어져 밭을 갈아엎고 있는 실정입니다.”
기후 변화로 좀처럼 종잡을 수 없는 날씨가 이어지면서 농민들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봄철 이상저온에 긴 장마까지 겹치면서 ‘올해 농사는 망쳤다’는 농민들의 하소연이 속출하고 있다.
전국 최대 생산량·재배면적을 자랑하는 제주산 메밀. 여느 때 같으면 수확이 한창이어야 하지만 요즘 도내 메밀 농가들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근 수확 전 젖은 메밀 낟알에서 싹이 트는 ‘수발아’ 현상이 나타나면서 메밀 농사를 망친 농가들이 수확은 커녕 밭을 갈아엎고 있다.
제주도는 봄 메밀 재배 면적 900㏊ 가운데 3분의1 가량인 300㏊에서 수발아 현상 등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은 기후 위기에 따른 농업 피해에 대해 정부와 제주도정은 뒷짐을 지고 있다며 5일 서귀포시 안덕면 소재 메밀밭을 트랙터 7대로 갈아엎으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밭 주인인 이씨는 “수확을 못해 대출 이자 상환, 비료값 등 각종 농자재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다”며 “봄 메밀은 농작물재해보험 대상도 아니다 보니 하소연할 곳도 없는 실정이다. 농민들이 애지중지 키운 농산물을 안심하고 수확할 수 있도록 농작물재해보험 적용 품목을 확대해달라”고 촉구했다.
농민들은 기후 위기가 농작물 생산에 영향을 미쳐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각종 비료와 농약을 더 사용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내몰리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메밀뿐 아니라 여름 인기 작물인 초당옥수수, 단호박 등도 이상기후로 생육이 늦어져 관련 농가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윤천 전농 제주도연맹 의장은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가 지역마다 계속되는 상황인데도 농정 당국은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라고만 한다”면서 “장기적으론 농작물재해보상법이 있어야 변화된 작부 체계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주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