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일본 여행 후 불법 연행·구금됐다가 고문에 못 이겨 간첩으로 몰렸던 제주도민에 대해 국가 차원의 조사가 진행된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지난 21일 제57차 회의를 열고 제주도민 고(故) 김모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조작의혹 사건’ 등 34건에 대해 조사개시 결정을 했다고 26일 밝혔다.
김씨는 1981년경 일본 오사카로 여행을 다녀온 후 평소 그에게 나쁜 감정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 김씨가 재일조선인총연합회(조청련) 인사를 만나 간첩행위를 했다며 허위 밀고를 하면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사건이다.
진실화해위는 “김씨는 친척의 초청으로 일본 관광을 다녀왔지만, 억울하게 간첩으로 몰려 처벌을 받았고, 당시 수사를 맡은 제주경찰서에서 불법 연행과 고문, 가혹행위를 당했다며 진실규명을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진실화해위는 또 다른 제주도민 김모씨의 경우 제주에서 출생해 6살에 일본으로 건너가 거주하다 1964년 고향으로 돌아와 농사를 지내며 살았지만, 1972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함에 따라 조사개시를 결정했다.
진실화해위는 1987년 제주4·3사건을 다룬 장편 서사시 ‘한라산’을 실은 녹두출판사 관계자에게 행한 간첩조작 의혹 사건에 대해서도 조사개시를 결정했다.
이산하(본명 이상백) 시인은 1987년 녹두서평에 장편 서사시 ‘한라산’을 발표, 4·3학살의 실상을 폭로해 국민들에게 엄청난 충격과 전율을 불러일으켰다.
치안본부는 이산하 시인 검거를 위해 추적수사를 하던 중 녹두출판사 관계자까지 수사를 확대해 당시 전무 겸 편집장이었던 신형식씨를 불법 연행·구금했고, 가혹행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사건으로 1987년 4월 녹두출판사 김영호 발행인과 신형식 전무 겸 편집장이 국가보안법 혐의로 구속됐고, 도피한 이산하 시인 역시 같은해 11월 체포돼 구속됐다.
이산하 시인은 고문을 받고 1년6개월 동안 옥살이를 했으며, 출소 후에는 10년 동안 절필했다.
좌동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