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욕장 개장 첫 날 외도파출소 동행 취재
실종 신고-만취객 등으로 시끌벅적
"폭언·반말은 예삿일"…"최대한 이성적으로 대응"
“코드2.” 적막을 깨고 112 신고 접수 알림음이 울렸다.
제주서부경찰서 외도파출소(소장 김형석) 소속 경찰관들은 모니터에 뜬 신고 내용을 확인하고 분주하게 순찰차에 올랐다.
지난 24일 야간 근무는 2팀이 맡았다. 오후 10시께 산책길에 나선 50대 남성의 연락이 끊겼다는 신고가 접수됐고 경찰과 소방 당국은 이호~내도 해안도로 일대 곳곳을 수색했다. 수색에 나선 지 40여 분이 흐른 뒤 50대 남성이 귀가했다는 전화를 받고서야 경찰관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현장에서 철수했다.
이후 경찰관들은 이날 개장한 이호테우해수욕장으로 순찰차를 돌렸다. 경찰관들은 사고 예방을 위해 해수욕장에서 순찰 활동을 벌였다. 경찰관들은 해수욕장이 개장하고 야외활동이 잦아지는 여름철에 치안 수요가 급증한다고 입을 모았다.
해수욕장 곳곳에서는 시도 때도 없이 폭죽이 터졌고 경찰관은 폭죽을 터트리는 이들을 제지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와 함께 경찰관이 핸드폰을 보며 오랫동안 도로 위에 서 있던 한 여성에게 주의를 당부하자 이 여성의 지인이 “왜?”라고 반말을 하며 반발하기도 했다. 경찰관은 이런 모습에도 대수롭지 않게 웃어넘겼다.
고득화 경사는 “현장에 나가면 반말이나 욕설은 기본이고 몸을 툭툭 치는 등 폭행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심지어 순찰차를 막아서는 경우도 있다”며 “술을 마시면 감정조절이 잘 안되고 이성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웬만만 한 일은 참고 견디는 게 몸에 뱄다. 경찰관에게 응원까지는 아니더라도 마음속으로 격려 정도는 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자정이 넘어서자 외도파출소는 주취자들로 몸살을 앓았다.
운행 경로 문제 등으로 택시 기사와 시비가 붙어 파출소로 온 40대 부부는 경찰관이 앞에 있었지만 아랑 곳 않고 고성을 내질렀다. 경찰관은 물리적 충돌이 우려돼 택시기사와 부부를 분리시켰다. 40대 부부는 40여 분간 “국민 세금 먹고 경찰이 하는 일이 뭐냐?” 등 폭언을 하고 반말도 서슴지 않았다.
연동의 한 길거리에 만취 상태로 잠이든 한 여성이 순찰차에 실려 오기도 했다. 외도동에 거주하고 있다고 밝힌 이 여성은 술에 취해 횡설수설하고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경찰관들은 신고 출동, 민원인 응대, 보고서 작성 등으로 쉴 새 없이 움직였다.
24일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4시까지 외도파출소 관내에서 접수된 112 신고는 14건이다. 대부분 주취 관련 신고다. 음주운전 오인 신고, 전동킥보드 관련 민원도 빗발쳤다. 비날씨 등의 영향으로 지난 24일 오후 6시부터 25일 오전 4시까지 음주소란 등 해수욕장 관련 신고는 접수되지 않았다.
차연정 경장은 “무턱대고 화부터 내거나 소리를 지르는 등 감정적으로 대하는 민원인들이 많지만 최대한 이성적으로 대응하려고 하고 있다”며 “여경이라고 특별히 힘든 것은 없지만 일선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많은 경찰관들의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있다”고 밝혔다.
홍의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