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요로 제주어 교육...1990년부터 학생들 매료
톡톡 톡톡 톳기만 허곡/고놈의 궤기 첨 고놈의 궤기/이래 화륵 저래 화륵/잘도 돌아 댕겸져 첨/어떵 허코 어떵 허코...(동요 ‘코생이’)
“‘음다리’는 마음과 마음을 음악으로 이어준다는 뜻입니다. 제주의 정체성을 지킨다는 생각으로 음악 자료 제작과 보급, 발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제주어 글에 곡을 붙여 아이들에게 제주어 동요를 선물하는 제주초등음악연구회의 다른 이름은 ‘음다리’다. 음다리의 양대엽 회장(38)을 지난 16일 한라초등학교에서 만났다.
양대엽 회장은 “연구회 소속 선생님들과 함께 학교에서 아이들이 부를 수 있는 동요를 많이 보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특히 동요로 제주어 교육이 가능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면서 이제는 재미있게 제주어를 익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음다리의 시작은 19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초등교사였던 고(故) 이규홍 교사가 초대 회장을 역임하며 ‘제주아동음악연구회’가 만들어졌다. 동요 ‘새싹들이다’를 작곡한 좌승원 교사도 초대 맴버로 참여했다.
초기에는 동요 작곡뿐만 아니라 음악교육과 관련된 수업 연구, 교사 연수, 발표회 등 음악관련 활동을 진행했다.
음다리는 2000년대 중반부터 활동 범위를 ‘동요 창작과 발표’에 집중했고,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창작동요 음반 ‘어린이 노래마을’을 제작했다. 11집부터는 유튜브 ‘음다리(https://youtu.be/1qb0eqHOn7M)’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했으며, 12집은 5월중에 마무리된다.
제주어 동요의 가치에 집중한 계기는 2006년 전국 국악동요제에서 박수남 탐라교육원 연수부장의 ‘코생이’라는 곡이 대상을 받으면서다. 5, 7, 8, 10, 11집은 순수 제주어 동요 음반으로 제작했다. 8집부터는 제주어보전회에 가사를 의뢰해 제주어 시와 글을 협의했다. 작곡은 음다리 소속 교사들이 작곡해 완성됐다.
당시 음다리 회장을 맡았던 오남훈 제주도교육청 장학사는 앨범을 펴내며 ‘바람과 돌이 많은 제주에서 제주도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쓴 시에 제주도 선생님들이 쓴 곡을 제주도 어린이들이 직접 노래하여 담았다’고 적기도 했다.
음다리 회원들이 제작한 대표적인 제주어 동요는 ‘코생이’, ‘밤밤 밤부리’, ‘물ᄌᆞ베기’, ‘친구영 ᄒᆞ나 뒈는 ᄆᆞ음’, ‘꼿이 뒈여보자’, ‘소리 ᄀᆞ득 제주 바당’, ‘어욱과 ᄇᆞ름의 줄ᄃᆞᆼ길락’, ‘굴메’, ‘지꺼진 제주 돌담’, ‘웃음벨탁꼿’ 등 듣기만 해도 웃음소리가 묻어나는 제목으로 아이들에게 전해졌다.
양 회장은 제주어 교육을 음악으로 접근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나부터도 이해하지 못하는 제주어가 여전히 많다”며 “할 수 있는 분야가 음악인데, 제주어 동요를 작곡하며 어린이들과 함께 제주어를 배우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음다리 회원들의 창작곡으로 참가할 수 있는 전도 학생 동요 부르기 대회가 2008년부터 2019년까지 진행됐으며, 2017년에는 창작뮤지컬 ‘황금 백서향의 비밀’ 음반을 제작했다. 뮤지컬 무대는 지난해 제주도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선보였다.
올해부터는 제주지역 방송사 주관으로 ‘제주어 창작동요제’를 개최해 경연이 아닌 발표 형식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참가곡은 역시 음다리 회원들의 창작곡이다.
‘동요가 사라진 세상’이라는 현실 속에서 교육현장에서 동요를 만들고 제주어를 심어 아이들이 부르게 하는 교사의 노력은 ‘동요가 만들어갈 세상’의 시작이다.
김형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