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건설 사업에 대한 주민 의견을 듣는 도민경청회가 4차 일정을 끝으로 모두 마무리됐다.
하지만 찬성과 반대 측 의견 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등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면서 사실상 찬반 측 입장 확인에 그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특별자치도는 13일 제주시 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 ‘제2공항 4차 경청회’를 개최했다.
4차 경청회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제2공항 기본계획(안)에 대한 설명, 찬·반 측 대표 의견 제시, 플로어 의견 수렴 순으로 진행됐다.
먼저 발언에 나선 반대 측 대표자들은 조류 충돌 위험성, 동굴과 숨골 존재 가능성 등을 언급한 데 이어 국토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이하 전환평) 결과가 부실하고, 제2공항이 군사기지로 활용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찬성 측 대표자들은 현 제주국제공항이 포화하면서 도민과 관광객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고, 혼잡 등으로 편의성도 떨어지는 데다, 경제성 측면을 고려해 제2공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찬·반 측 대표자들의 의견 제시 과정에서 고성과 폭언이 오가고, 몸싸움 직전까지 가는 상황이 발생했지만, 다행히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이어진 플로어 의견 수렴에서 대학생 이건웅씨는 “제2공항이 건설되면 일자리 3만8000개가 생긴다고 하는데, 과연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일지, 안정적인 일자리일지 의문”이라며 “제2공항 건설로 관광객이 는다고 해서 제주가 살아날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대한건설협회 제주특별자치도회 운영위원장인 김영건씨는 “도민과 관광객들의 안전과 제주의 미래를 위해 제2공항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제2공항은 지역 균형 발전을 통해 하나된 제주의 미래를 가져오고, 상대적으로 낙후된 동부지역의 생활 수준도 향상시킬 것”이라고 했다.
현 제주공항 확장으로 고향을 빼앗겼다는 오면실씨는 “1980년대 현 공항 확장으로 우리는 삶의 터전을 잃었고, 당시 왕벚나무도 박살나 구석으로 쳐박혔다”며 “공항 건설로 인한 도민 희생은 없어야 하고, 도민 생명을 위협하는 제2공항 건설을 필사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제2공항 건설추진위원회 위원장인 이성기씨는 “현 제주공항이 생긴지 만 80년이 됐다. 이후 시내가 발전하면서 공항 이용객들의 불편 사항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며 “반대 측이 제기하는 숨골, 철새 등의 문제는 전환평에서 충분히 보완이 가능하다고 하고, 환경이나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도 현 제2공항 부지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제주도는 네 차례 진행한 도민경청회에서 나온 의견들을 국토부에 공식 의견으로 접수할 계획이다.
제주도는 제2공항 기본계획(안) 주민 열람 및 의견 수렴 기간을 애초 지난 8일까지에서 오는 31일까지로 연장했다. 도민 의견은 제주도와 양 행정시, 읍·면·동, 제주도 홈페이지를 통해 제출할 수 있다.
진유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