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한라산 불법 탐방...악천후에 부상자도

지정된 탐방로가 아닌 곳을 통해 한라산을 오르는 불법 탐방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제주소방안전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7일 오전 6시51분께 한라산 어리목 탐방로 인근 와이계곡을 오르던 50대 A씨가 넘어져 다리를 다쳐 움직일 수 없다는 조난신고가 접수됐다.

당시 A씨는 가시거리가 200m밖에 안될 정도로 안개가 자욱하게 끼고 비까지 내리는 악천후 속에서 지정된 탐방로를 벗어나 불법 탐방에 나섰다 사고를 당한 것이다.

지난해 6월 출입이 금지된 한라산국립공원 백록담 분화구에 들어간 탐방객들이 적발됐다. 사진은 서북벽 부근에서 CCTV에 찍힌 탐방객 모습.

이에 소방당국은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 직원들과 함께 수색에 착수, 와이계곡 중간에서 A씨를 발견, 병원으로 이송했으며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는 지난 8일 A씨에게 출입 금지 위반에 따른 과태료를 부과했다.

A씨의 사례처럼 한라산을 등반하는 과정에서 지정된 등반로를 벗어나는 불법 탐방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에 확인한 결과 지난해 한라산 불법탐방 63건이 적발됐으며, 올해 들어서도 4월 말까지 10건의 불법 탐방이 적발됐다.

실제 지난해 6월 17일과 18일 이틀간 등반객들의 출입이 금지된 한라산 해발 1600m 지점에서 불법 야영을 하던 탐방객 23명이 적발됐다.

이들 탐방객들은 출입 금지 구역에 천막을 치고 술을 마시며 취사 행위까지 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같은 달 9일에는 백록담 분화구를 무단 출입한 탐방객 9명이 적발되기도 했다.

당시 백록담에 무단 침입한 탐방객은 모두 12명이었지만 3명은 도주해 9명에게만 과태료가 부과됐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는 이 같은 불법 행위를 막기 위해 폐쇄회로(CC)TV를 추가로 설치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단속해야 할 범위가 매우 넓은 반면 이를 전담할 인력은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 관계자는 “5월과 6월에는 해발 1700m 고지 일대에 산철쭉과 노린재나무 등이 만개해 장관을 이루면서 무단탐방을 나서는 이들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라며 “모든 탐방객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지정 탐방로 외에는 절대 출입하지 않도록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한라산에서 정해진 탐방로를 벗어나 불법 탐방을 하다 적발될 경우 1차 적발시 20만원, 2차 적발시 30만원, 3차 적발시 5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 흡연행위가 적발되면 10~30만원, 음주는 5~10만원, 불법 야영은 10~30만원의 과태료가 각각 부과된다.

김두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