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세계적인 가치’ 또는 ‘세계사적인 중요성’ 보완 후 재심의 결정
국가폭력은 전 세계 발생...제주4.3, 화해.상생 극복 모범사례 세계적 인정 필요
제주4·3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세계사적 가치’에 대한 보완 여부에 달려있게 됐다.
문화재청은 지난달 27일 세계기록유산 한국위원회 심사 결과, 4·3기록물에 대해 등재신청서 보완 조건으로 재심의 결정을 내렸다고 1일 밝혔다.
제주특별자치도는 4·3기록물 등재신청서의 보완 후 재심의 결정과 관련, 앞으로 ‘국가폭력을 화해와 상생으로 극복한 과거사 사건의 모범 사례’에 대해 세계사적인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보완 작업에 착수한다.
제주도는 제주4·3사건은 특정시점에서 발생한 사건이 아니라 당대 세계의 이념(민주주의 대 공산주의)과 냉전 체제(미국 대 옛 소련)의 대결, 한반도 분단 속에 자행된 국가폭력으로 인해 민간인 학살로 이어진 비극의 역사로 규정했다.
특히, 70년 동안 피해자와 가해자가 한 마을에 살면서도 보복과 원망 대신 화해와 상생으로 과거의 아픔을 딛고 공동체를 회복해 낸 도민들의 자발적인 화해·상생의 정신은 전 세계 과거사사건 해결에 모범 사례가 됐다고 평가했다.
제주도는 이를 담은 게 4·3기록물로, 세계기록유산에 오를 수 있도록 지난 2월말 신청서를 제출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4·3기록물 등재신청서에 세계사적인 가치를 보완하고, 다시 잘 수정하면 재심의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4·3기록물에 결격이나 하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 국제적인 심사 기준에 부응하려면 세계사적 중요성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2011년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5·18민주화운동기록물은 한국과 동아시아지역 민주화운동에 중요한 역할을 인정받았다.
또한 올 상반기 유네스코 집행이사회로부터 최종 등재 승인을 눈앞에 둔 4·19혁명기물은 남녀노소가 자발적으로 독재에 맞서 비폭력으로 민주주의를 이룬 세계사적인 가치를, 동학농민혁명기록물은 조선 백성들이 주체가 돼 자유·평등·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한 기록에 대해 세계사적인 중요성을 인정받았다.
이처럼 문화재청은 제주4·3에 ‘세계적인 가치’ 또는 ‘세계사적인 중요성’을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도록 신청서 보완을 요구했다.
한편 이번 심사에서 산림녹화기록물(삼림청)은 가결됐고, 유생 1만명의 상소문인 ‘만인소’(경북 안동시)와 포로수용소기록물(경남 거제시) 등 2건은 부결됐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은 국가마다 2건까지만 신청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산림녹화기록물과 보완 후 재심의 결정이 내려진 4·3기록물이 우선 문화재청 심사를 넘어 내년 3월 유네스코에 제출될 예정이다.
유네스코는 진정성·독창성·비대체성·희귀성·원형 여부를 종합적으로 판단, 세계기록유산 등재 여부를 결정한다.
세계기록유산은 전 세계 84개국 432건이 등재됐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는 조선왕조실록, 훈민정음, 승정원일기, 고려대장경판, 직지심체요절, 난중일기, 5·18민주화운동기록물, 새마을운동기록물 등 16건이 세계기록유산에 이름을 올렸다.
좌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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