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단층조사 연구사업 조기 추진 위한 기획연구 용역’ 보고서 공개
주요 지진 진앙 위치, 충청·전라권 해역보다 육상과 더 근접 밀집 분포
2005년 이후 발생 규모 3~4 지진, 점점 제주와 가까운 해역에서 관측
제주지역이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오는 2037년 이후 계획된 정부의 제주권 지하 단층조사를 예정보다 앞당겨 시행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해 3월 제주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수행한 ‘제주권 지하 단층조사 연구사업 조기 추진을 위한 기획연구 용역’ 보고서를 13일 공개했다.
이번 용역은 제주 지진 발생 해역에 대한 기초자료가 적고, 지진 영향 예측과 재난 대비를 위해서는 지진 유발 단층대의 정확한 위치와 규모 파악이 선행돼야 하지만, 이에 대한 전문 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음에 따라 추진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1978년부터 지난해 2월까지 제주도와 인근 해역에서 총 380회의 크고 작은 지진이 감지됐다.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은 346회로 육상(34회)의 10배가 넘었다.
제주권 주요 지진의 진앙 위치는 대부분 해안에서 80㎞ 이내로, 충청권과 전라권 해역 지진에 비해 육상과 더 근접해 밀집 분포한 것으로 조사됐다.
2021년 12월 서귀포 해역에서 일어난 제주 인근 지진 중 가장 강한 규모 4.9 지진의 진앙은 모슬포항에서 서남쪽으로 불과 20㎞ 떨어진 해저에 위치한 것으로 분석됐다. 4.9 지진 이후 제주엔 21차례 여진(최대 규모 3.2)이 발생하기도 했다.
규모 3~4 지진 중 2005년 이전에 발생한 지진들은 제주도에서 서쪽으로 약 100~250㎞ 떨어진 비교적 먼 해역에서 발생했지만, 2005년 이후에는 상대적으로 가까운 서쪽 해역(약 20~60㎞)에서 관측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규모 이상의 지진이 제주 동부와 서부 해역에서 대체로 북동~남서, 북서~남동 방향의 선상 배열을 보이고 있어 지하 단층대가 발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진은 추정했다.
특히 2015년부터 제주지역에 지진관측소가 증설되면서 관측된 지진 발생 빈도는 연간 20회 이하에서 40회 이상으로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두고 연구진은 그동안 제주권 지진 위험도가 과소평가됐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연구진은 또 한반도 내륙 지질 특성과 달리 제주도 지하에는 200~300m 두께의 미고화·반고화 상태의 서귀포층과 U층이 분포하는데, 이들 저밀도 퇴적층이 연약 지반의 특성을 지닐 경우 지반 진동에 의한 지진 피해가 예상보다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제주는 유동인구가 최대 150만명 정도로 많은 데다 도심 과밀 개발이 이뤄져 지진 발생 시 피해가 가중될 우려가 있고, 주요 관광지 등이 대부분 해안 급경사지에 위치해 지진동으로 인한 낙석과 함몰 등 지진 관련 재난 피해의 사회적 파장이 상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에 따라 정부가 2037년 이후 계획 중인 제주권 지하 단층조사 사업을 앞당겨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제주도는 용역 결과를 토대로 정부에 제주권 지하 단층조사 사업 시행 시기를 앞당겨 줄 것을 요청했지만, 기획재정부가 예산 등을 이유로 거부했다고 밝혔다.
제주도 관계자는 “앞으로도 사업을 조속히 시행해 달라고 지속적으로 요청할 계획”이라고 했다.
진유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