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명소를 탐하다-16일까지 청보리 축제
4월이면 푸르른 청보리가 섬 속의 섬 가파도를 가득 메우며 아름다운 풍광을 선사한다. 최근에는 청보리와 함께 유채꽃도 만발하며 초록과 노랑 물결이 어우러지고 있다.
제주도 부속섬 중 4번째로 큰 섬 가파도는 위에서 내려다보면 바다를 헤엄쳐 가는 가오리 모양을 하고 있다. 이름은 가오리(가파리)를 닮아 가파도가 됐다는 설과, 덮개 모양을 닮아 ‘개도(蓋島)’로 부르던 것이 가파도라 굳어졌다는 설 등이 있다.
가파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청보리다. 바닷일에 바빠 농사일에 신경 쓸 새가 없었던 주민들은 씨만 뿌려 놓으면 잘 자라는 보리 농사를 지어 밭을 놀렸다. 가파도의 보리는 재배종으로 키가 1m를 훌쩍 넘는다.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파도 너울 같은 보리 물결이 넘실댄다.
일손이 없어 심어놨던 가파도의 보리는 돌담과 바다가 어우러지면서 아름다운 풍광을 자아내 지금은 유명한 관광 자원이 됐다. 여기에 올레길까지 조성되면서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가 됐다.
최고 해발 고도 약 20cm, 우리나라에서 가장 낮은 섬 가파도는 지형이 평탄해 천천히 걸어도 좋고 봄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를 타고 달려도 좋다. 청보리밭과 유채꽃밭에는 마을에서 마련한 포토존이 구석구석 숨어있다. 마을 골몰 골목 정겨운 벽화는 여행의 재미를 더한다.
보리밭 사이사이에 자리한 고인돌도 눈길을 끈다. 제주도에 남아 있는 180여 기의 고인돌 중 무려 95기가 가파도에 있다. 해녀를 수호하고 가족들의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해신당(매부리당)과 서낭당(황개당)을 비롯해 주민들이 신성시하는 ‘까마귀돌’, ‘보름바위’, ‘어멍아방돌’ 등도 해안을 따라 만날 수 있다.
섬을 한 바퀴 돌면서 마주하는 돌담도 특이하다. 제주도는 대부분 검은색 현무암으로 담을 쌓지만 이곳은 바닷물에 닳은 마석(磨石)을 쓴다. 마을이나 방파제 곳곳에 훌륭한 수석들이 놓여 있다. 성글게 쌓았다. 가파도 센 바람이 숭숭 뚫린 구멍으로 지나가기 때문에 잘 무너지지 않는다.
매년 4월~5월 사이 가파도 청보리 축제가 열려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올해 ‘제12회 가파도 청보리 축제’가 8일부터 16일까지 9일간 열린다. 청보리밭 걷기를 비롯해 가파도 자연문화탐방(고인돌 군락지 불턱 등), 소망돌탑 쌓기 등의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부대행사로 가파도 특산품 무료 시식 등이 진행된다.
김승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