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왜곡 현수막 게시...서북청년단 추념일에 집회 예정
악의적 왜곡 시 징벌 조항 담은 4·3특별법 개정 필요
“극우세력의 4·3 흔들기 도 넘어...유족들 크게 분노”
제주4·3 75주년을 맞은 올해 극우세력의 4·3 흔들기가 그 어느 때보다 극심한 상황이다.
지난 2월 국민의힘 태영호 최고위원이 제주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제주4·3을 “북한 김일성 일가에 의해 자행된 만행”이라고 발언해 논란이 일었다.
지난 21일에는 우리공화당 등 5개 정당·단체가 제주시청 조형물 앞과 4·3평화공원 인근 도로 등 80여 곳에 ‘제주4·3사건은 대한민국 건국을 반대해 김일성과 남로당이 일으킨 공산 폭동’이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게재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에 많은 도민과 유족들이 강하게 반발하며 현수막 철거를 요구했지만 제주특별자치도 선거관리위원회는 ‘통상적인 정당 행동’이라며 철거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고 결국 한 도민이 현수막 10여 개를 칼로 훼손하며 경찰에 입건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국회의원(제주시을)은 이 현수막 위에 ‘진실을 왜곡하는 낡은 색깔론, 그 입 다물라’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설치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서북청년단을 계승했다는 한 단체가 추념식이 열리는 4월 3일 4·3평화공원 진입로와 제주시청 조형물 앞 등에서 집회를 예고하면서 도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1946년 결성된 서북청년단은 4·3 당시 수많은 민간인 학살을 자행한 단체다.
이처럼 4·3흔들기가 끊이지 않으면서 관련 대책들도 제시되고 있다.
송재호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제주시갑)은 최근 제주4·3을 악의적으로 왜곡하거나 헐뜯으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는 벌칙 규정을 담은 제주4·3 특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현 4·3특별법에는 ‘누구든지 공공연하게 희생자나 유족을 비방할 목적으로 제주4·3사건의 진상조사 결과 및 제주4·3사건에 관한 허위의 사실을 유포해 희생자, 유족 또는 유족회 등 제주4·3사건 관련 단체의 명예를 훼손해서는 안된다’고 명시돼 있지만 별도의 벌칙조항은 없다.
최대 징역 5년이나 벌금 500만원에 이르는 벌칙조항이 있는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과는 대조적이다.
하지만 벌칙조항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으며 지금의 형법으로도 4·3왜곡·명예훼손 사례를 처벌할 수 있다는 반대 목소리도 적지 않아 특별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 송재호 의원은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그 자유가 상대방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형법으로 처벌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최근 검찰총장이 4·3폄훼와 명예훼손을 검찰이 직접 수사하기 어렵다는 입장도 밝힌 만큼 벌칙조항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번 개정안은 제가 활동하고 있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배당될 것”이라며 “최대한 빠르게 심의해 앞으로는 이같은 4·3왜곡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준비를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김한규 의원도 이번 4·3왜곡 현수막과 같은 사태가 다시 재발하지 않도록 옥외광고물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창범 제주4·3유족회장은 “올해 극우세력의 4·3흔들기가 도를 넘고 있다. 유족들이 크게 분개하고 있다”며 “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4·3의 진실을 왜곡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도민과 국민들이 4·3의 진실을 명확하게 알고 4·3의 정명한 해결을 위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라며 “4·3의 진실을 알리기 위한 대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유족들이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김두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