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을 왜곡하는 정당과 단체 현수막이 도내 곳곳에 난립한 것과 관련, 4·3 유족들과 행정·교육 당국 등이 반발하고 나섰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와 제주4·3평화재단, 제주4·3연구소,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제주민예총은 23일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극우단체는 현수막을 당장 철거하고, 도민과 4·3 유족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단체들은 “손가락 총으로 수많은 사람을 희생시켰던 그 엄동설한 시절이 다시 부활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며 “태영호 의원이 아무 근거도 없이 4·3을 김일성 지시설로 덮어씌우더니, 제주 전 지역에 4·3을 왜곡하는 현수막을 설치했다는 보도를 접하고 분노와 비통한 심정을 감출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들 단체는 “내걸린 현수막들은 4·3의 화해와 상생 분위기에 먹칠을 하는 것이며, 지역사회를 다시 갈등과 대립의 장소로 만들어 극우 보수의 입지를 다지고자 하는 하찮은 음모”라며 “제주를 다시 빨갱이섬으로 만들겠다는 어리석은 의지 표현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단체들은 “현재 4·3특별법은 4·3을 왜곡하거나, 명예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하지만, 마땅한 처벌 조항이 업다”며 “처벌 조항이 들어간 4·3특별법 개정을 서둘러야 하고, 4·3유족회와 관련 기관 및 단체는 이를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극우단체는 현수막을 당장 철거하고, 도민과 4·3 유족에게 사과하라”며 “국회는 4·3특별법의 왜곡 및 명예훼손 처벌 조항을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도의회, 제주도교육청도 이날 공동 입장문을 내고 “제75주년 4·3희생자추념식을 앞둔 시기에 4·3이 맹목적인 이념 사냥의 표적이 되고 있어 유감”이라며 “지역사회 반목과 갈등을 일으키고 역사를 왜곡하는 현수막을 내려달라”고 강조했다.
논란의 현수막은 우리공화당과 자유당, 자유민주당, 자유통일당 등 4개 정당과 1개 단체가 공동 제작한 것으로, 도내 60여 곳에 내달 4일까지 게재된다.
제주4·3유족회는 현수막 관리 기관에 강제 철거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해당 현수막 법에서 보장된 정당활동으로 인정받을 경우 철거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제주도가 행정안전부 지침에 따라 해당 현수막 내용에 대해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에 질의한 결과 ‘통상적인 정당활동’이란 답변을 받으면서 철거 등 행정적 조치가 어려운 상태다.
진유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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