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대표 축제인 제주들불축제가 정부 차원의 산불방지 기간에 열리는 데다 탄소배출 문제로 존폐 기로에 놓였다.
제주에서는 예로부터 새봄을 맞이해 가축에 피해를 주는 진드기와 해충을 박멸하고 해묵을 풀을 없애기 위해 오름과 들판에 불을 놓았다. 옛 목축문화인 ‘방애’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현한 제주들불축제는 1997년부터 열렸다.
당초 축제는 음력 1월 15일 정월대보름에 맞춰 열렸으나 눈·비가 내리고 강풍이 불면서 파행을 겪자, 2013년 제16회 축제부터 경칩이 속한 주말에 개최됐다.
그런데 축제 시기가 겨울에서 봄으로 바뀌면서 건조한 날씨 속에 산불 위험성이 높아졌다.
이달에만 전국에서 10건 이상의 산불이 발생하자, 정부는 지난 6일 산불 재난 국가위기 경보 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했다. 정부는 또 지난 8일 산불 방지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산불 경보 단계가 ‘경계’로 상향되면 산림보호법에 의거, 산림 또는 산림 인접 지역의 불 놓기는 법으로 금지된다.
지난해에는 강원과 경북 울진에서 발생한 산불로 재난 피해가 컸고, 정부가 이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면서 제주들불축제는 전격 취소됐다.
이처럼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과 들불로 집과 재산을 잃은 이재민들이 속출하는 가운데 들판에 불을 놓고 불의 향연을 즐겨야 하는 제주들불축제는 국민들의 정서에 어긋나는 축제로 전락할 우려가 높아졌다.
특히, 축구장 42개 면적에 달하는 새별오름(30만㎡) 전체를 태우면서 지구 온난화와 기후 위기 주범으로 꼽히는 탄소 배출 문제까지 더해져 향후 축제는 설 자리를 잃게 됐다.
일부 시민사회단체가 기후 위기 극복에 역행하는 들불축제에 대한 폐지론을 거론하면서 향후 축제 기간과 축제 방식 변경, 축제 축소 등 다양한 논의와 검토가 요구되고 있다.
강병삼 제주시장은 들불축제 존폐와 관련, “제주시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기보다 시민 의견을 수렴해 결정해야 할 부분이며, 축제가 끝난 뒤 축제평가위원회 등을 통해 다양한 의견과 중재를 모아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26년 동안 강풍과 구제역, 코로나19, 산불 위험 등의 사유로 제주들불축제가 취소·연기된 사례는 모두 8차례에 이른다.
좌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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