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부의 사망·행방불명에 연좌제 엮이지 않으려 친척의 아들·딸로 이름 올려
행안부 가족관계 정정 범위 친생자까지 확대한 4·3특별법 시행령 개정
오는 7월부터 읍·면·동 주민센터에서 사실과 다른 가족관계 정정 접수
제주4·3사건(1947~1954) 대혼란기에 뒤틀려버린 가족관계를 바로 잡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4·3희생자의 사망과 행방불명 속에 상당수의 자녀들은 연좌제에 엮이지 않으려고 할아버지나 아버지의 형제, 삼촌의 아들과 딸로 이름을 올렸다.
이처럼 사실과 다른 호적(가족관계등록부)에 오른 자녀들은 친부에 대해 법적으로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었다.
이와 관련, 행정안전부는 가족관계 정정 범위를 친생자까지 확대하는 4·3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이 7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개정된 시행령은 4·3희생자의 실제 자녀이지만 희생자의 호적이 아닌 친척의 호적에 입적돼 희생자의 조카와 형제 등으로 지내왔던 사실상의 자녀들이 희생자의 법적 자녀로 인정받게 된다.
행안부는 실무 지침을 마련하고 준비 작업을 거쳐 오는 7월부터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시·서귀포시, 읍·면·동주민센터에서 사실과 다른 가족관계 정정에 대해 접수를 받기로 했다.
4·3희생자의 사실상의 자녀로 인정받으려면 4·3실무위원회에서 사실조사와 검토가 이뤄지고, 4·3중앙위원회의 심의·의결을 통해 사실과 다른 가족관계등록부를 정정할 수 있게 된다.
나채목 행안부 사회통합지원과장은 “7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족보와 당시 서류, 인우보증 등을 통해 희생자의 친생자를 입증할 방법은 다양한데 최종적으로 4·3중앙위원회에서 심의를 거쳐 결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앞서 제주도는 표본조사를 통해 4·3시기에 연좌제 엮이지 않으려고 희생자와 유족 간 사실과 다른 가족관계등록부(옛 호적부)가 작성된 사례로 237건을 접수했다.
이중 친부모와 친생자 간 사실과 다른 사례는 144건, 무호적자에 대한 가족관계부 작성은 11건으로 나왔다.
정부가 4·3특별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4·3희생자들의 친생자들이 국가보상금을 신청하지 못하거나 사실상 자녀가 있음에도 4촌 이내 방계혈족 등이 보상금을 받는 불합리한 사례를 개선할 수 있게 됐다.
최훈 행정안전부 지방자치균형발전실장은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사실과 다른 가족관계 기록으로 인해 고통을 받아온 희생자와 유족의 상처를 치유하고, 국가보상금을 제대로 지급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며 “특히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을 통해 4·3사건의 완전한 해결에 한 걸음 더 다가서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6월 대법원 규칙 개정으로 4·3희생자와 유족(배우자·자녀) 간 뒤틀린 가족관계로 보상금을 받지 못하는 문제가 해소됐지만, 이를 확정하기 위한 시행령 개정으로 사실과 다른 가족관계등록부를 작성·정정할 수 있는 길이 마련됐다.
다만 시행령 개정에도 불구, 4·3당시 대가 끊기면서 제사를 봉행하고 벌초를 위해 ‘사후 양자’를 호적에 올린 경우에는 가족관계 정정 대상에서 제외됐다.
좌동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