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현충원 '대규모 국립묘지' 아닌 '주말 나들이 명소'로 떠올라
휴식공간과 편의시설 갖춰...서울시민들 산책 겸 나들이 위해 발길 이어져
제주호국원, 방문객 위한 편의시설은 물론 참배객 위한 추모공간도 '제약'
(하) 시민공원으로 거듭난 국립서울현충원
제주지역 보훈가족들의 숙원이었던 제주권 국립묘지인 국립제주호국원이 2021년 12월 개원했지만, 세계자연유산 완충지역과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규제를 받다보니 추모·선양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같은 규제로 편의시설마저 제대로 갖추지 못하면서 도민과 학생들의 발길이 이어지지 않고 있다.
반면, 서울 동작구에 있는 국립서울현충원은 ‘대규모 묘지’라는 혐오시설로 인식되지 않으면서 주말에는 시민들이 찾는 나들이 명소로 거듭났다.
1956년 개장한 서울현충원의 전체 면적은 143만㎡, 묘역 면적은 35만㎡으로 지난달 기준 5만4434기가 안장돼 있다.
국립묘지가 시민공원으로 자리매김한 이유는 넓은 잔디광장과 3개의 연못(현충천·현충지·공작지), 그늘막·벤치 등을 갖춘 휴식공간과 식당·카페·매점·꽃집 등 편의시설(만남의 집)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서울현충원 관계자는 “시민들이 평일에는 산책 코스로, 주말에는 나들이 장소로 이곳을 찾고 있다”며 “자라나는 세대들을 위해 그림책자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며, 호국문예백일장과 그림그리기 대회 등 행사를 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현충원에는 유품전시관, 호국전시관, 현충관, 학도의용군 무명용사탑, 충혼비 등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기리는 다양한 추모시설과 조형물이 들어서 있다.
추모 공간을 넘어 시민 공원으로 거듭난 서울현충원에 지난해 방문한 인원은 173만5078명에 이르고 있다.
반면, 제주호국원은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묶이면서 추모비 1개를 설치하는 데도 제주도문화재위원회와 문화재청으로부터 사전 심의와 현상변경 허가를 받아야 한다.
참배객과 방문객을 위한 매점·카페·식당 등 편의시설은 허가조차 받기 힘든 상황이다.
이로 인해 제주호국원 직원 50명 중 대다수는 도시락을 싸서 출근하거나 멀리 떨어진 편의점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
도내 보훈단체 관계자는 “제주호국원이 세계자연유산 완충지역으로 설정돼 추모 시설 확충이 어렵고 매점·카페 등 편의시설마저 들어서지 못하고 있다”며 “반면, 제주도와 문화재청은 한라산 핵심지역인 어리목과 영실 입구에 등반객 편의를 위해 매점과 카페 설치를 허가해주면서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제주호국원이 2021년 12월에 개장하면서 이보다 앞서 호국영웅으로 선정된 제주 출신 고태문 대위와 한규택 하사는 서울현충원에, 강승우 중위는 대전현충원에 각각 흩어져 안장됐다.
제주 출신 호국영령들의 유해가 타 지역에 안치되면서 유족과 자라나는 세대들은 고인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는데 제약을 받고 있다.
좌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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