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6년 역작 '제주어용례사전' "살아있는 제주어 박물관 되길"

카테고리 없음

by 제주일보 2023. 2. 21. 17:18

본문

728x90

양전형 전 제주어보전회 이사장, 사비 털어 4권 발간 마쳐

2300여 개의 예문 실어 '눈길'

 

“웬만한 제주어는 나의 예문 속에 다 담아넣고 싶다는 욕심으로 6년여 동안 작업에 매달렸습니다.”

양전형 전 제주어보전회 이사장이 최근 네 번째 ‘제주어 용례사전’을 펴냈다.

제주일보와 인터뷰한 양전형 전 제주어보전회 이사장.

2017년부터 사비를 털어 시작한 작업은 2020년 첫 ‘제주어 용례사전’ 발간에 이어 총 네 권이 세상에 나오는 열매를 맺어 마무리됐다.

20일 만난 양 전 이사장은 “송상조 박사님의 ‘제주말 큰사전’을 중심으로 2300여 개의 예문을 실었지만, 제주어를 다 담을 수는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렇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은 최선을 다했다. 스스로에게 ‘잘했다’고 얘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두 차례 대상포진을 겪으면서도 밤낮으로 무엇을 어떻게 표현하고 채워 넣을까를 끊임없이 고민했다. 자다 깨서도 번뜩이는 문장이 생각나면 주저 없이 책상 앞으로 향했다.

 

용례사전에는 사전 속에 있는 제주어가 아니라 현장에 있는 단어와 문장들이 담겼다.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이 아닌, 살아 숨 쉬는 제주어가 구현됐다.

‘제주어 용례사전’ 4권.

‘버스 소곱 풍경 ᄒᆞ나’에는 버스 운전기사가 하는 말을 옮겼다. 재미있는 제줏말이 숨어있고, 그걸 찾아내 맛깔스럽게 풀어내고 있다.

‘경ᄒᆞᆫ디 갈베중이 입은 그 기ᄉᆞ가 ᄁᆞᆫ닥ᄁᆞᆫ닥 핸들을 돌리멍 ᄂᆞ름칙ᄒᆞᆫ 목청으로 대답을 ᄒᆞ는디, “기우꽈? 겐디 난 마우다. 나 개슴이 아니고 그 사름은양, 검방지덴 소문도 나고 잘도 군융다리렌덜 ᄒᆞᆸ데다.”’

여기에 ‘겐디 난 마우다’와 같은 제주어에는 ‘그런데 난 싫습니다’로, ‘개슴’에는 ‘심술, 질투’로, ‘군융다리’에는 ‘성질이 음침하고 남을 속이려고 잔꾀를 잘 부리는 사람’으로 표준어 설명이 붙는다.

용례사전은 이런 형식이다. 제주섬 어디서나 있음직한 상황이 마치 짤막한 소설처럼 펼쳐진다.

양 전 이사장은 앞으로의 바람에 대해 “제주 땅에서만 살아온 나도 제주어가 어려울 때가 있다. 젊은 사람들이나 이주민들에게 제주어가 쉽고 재미있게 다가가길 바란다”며 “훗날 제주어가 사라져서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을 때가 설령 오더라도 이 책이 어느 도서관이나 문학관 혹은 박물관 구석에서 살아 숨 쉬고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형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