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진아영 할머니 후손들, 제주도에 삶터 기부채납
제주도, 역사교육 장으로 활용 계획…관리 강화도
제주4·3 광풍 속 비극과 고통의 상징이자 ‘무명천 할머니’로 불리는 고(故) 진아영 할머니의 삶터가 도민의 품으로 오게 됐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진아영 할머니 삶터를 후손들의 뜻에 따라 기부채납 받았다고 14일 밝혔다.
4·3 당시 토벌대 총격으로 아래턱을 잃은 진 할머니는 55년간 4·3 후유증으로 고통 속에서 살다 2004년 별세했다. 부상당한 아래턱을 하얀 무명천으로 가리면서 ‘무명천 할머니’로 불리게 됐다.
2017년 설립된 ‘무명천 진아영 할머니 삶터 보존회’는 할머니가 살던 제주시 한림읍 월령리 자택을 옛 모습 그대로 정비해 삶터로 개소했다.
삶터에는 할머니가 사용했던 집기류가 그대로 보존돼 있고, 생전 다큐멘터리 영상과 할머니를 추모하는 시, 방명록도 전시됐다.
제주도는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삶터가 몇 년간 방치되자 삶터를 매입하려 했지만, 상속권자가 없어 소유권 이전 불가 등의 이유로 추진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후 제주도는 삶터 보존을 위한 관리 필요성을 1년여간 후손과 월령리 주민들에게 지속적으로 설명했고, 그 결과 후손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삶터 보존 의지로 할머니의 삶터가 기부채납되며 도민 품으로 오게 됐다.
제주도는 후손들의 뜻을 기리고, 할머니의 삶을 기억할 수 있는 역사교육의 장으로 삶터를 활용할 방침이다. 삶터가 훼손되지 않도록 관리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후손들의 뜻깊은 기부채납으로 4·3의 기억을 보존할 수 있게 돼 감사드린다”며 “할머니 삶터가 4·3 역사교육의 장으로 보존되고, 활용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진유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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