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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철의 색다른 제주여행]걸음걸음마다 제주 탄생 설화가 생생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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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주일보 2023. 2. 4.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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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안덕면 박수기정과 산방산

수직 절벽 병풍처럼 주변 둘러쳐...웅장한 자태에 감탄사 절로 나와

설문대 할망 등 옛 이야기 전해져...모든 순간 스토리되는 올레 9코스 

 

올레 9코스를 처음 걷는 이에겐 두 곳의 전경이 특히 인상에 남을 것이다. 멀리서 바라보는 박수기정과 그 박수기정에 올라서 바라보는 산방산의 모습이다.

독특한 산세가 제주에서 흔히 만나는 경관들과는 많이 다르게 느껴진다. 외지인 여행자라면 특히 그리 느껴질 것이다.

서귀포시 안덕면 대평포구 앞에서 바라본 박수기정과 산방산. 웅장하게 펼쳐진 기암괴석이 눈을 즐겁게 한다.

9코스 시작점인 대평포구에서 만나는 박수기정의 모습은 특이하다 못해 괴이하게 다가온다. 자연이라기보다는 거대한 암벽 조형물의 느낌이다. 자연의 힘으로 빚어진 건 분명한데 어딘가 인간의 손길이 닿은 예술작품으로 보이는 것이다.

 

해발 200m의 월라봉에서 이어져 내려온 산줄기가 바다를 만나 100m 넘는 수직 절벽을 이루며 병풍처럼 주변을 둘러치고 있다.

8코스 중문해변에서와 같은 거대 주상절리다. 기암층 아래에서 샘물이 솟아 ‘바가지로 퍼 마시는 샘물’이란 뜻의 ‘박수’가, 수직 절벽이나 벼랑을 일컫는 ‘기정’이란 제주 방언과 합쳐져 지명이 되었다.

고려 때 원나라에 바칠 말들을 배에 싣기 위해 끌고 지나간 길이라는 ‘몰질(말의 길)’을 따라 숲으로 오르면 잠시 후 박수기정 정상이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고지대 평야에 밭농사가 이뤄지는 모습도 외지인 여행자들에겐 운치를 더해줄 것이다. 발아래로 방금 지나온 대평포구 정경이 평화롭고 멀지 않은 위치에 형제섬도 오롯이 앉아 있다. 반대편으로는 멀리 한라산을 등지고 군산오름이 오롯이 서 있다.

원래의 9코스는 이곳 박수기정에서 월라봉으로 이어졌었지만 2021년 가을부터는 군산오름 정상을 올랐다가 안덕계곡을 타고 내려오는 코스로 바뀌었다. 9코스 거리도 종전 6㎞에서 12㎞로 두 배 늘었다.

그건 그렇다 치고, 박수기정에 오르면 정작 박수기정은 사라지고 특히 서쪽으로 산방산이 도드라져 보인다. 8코스에서부터 언뜻언뜻 자태를 드러내던 산방산이 비로소 온전하게 제 모습을 다 드러내는 것이다. 해안가 평지에 거대한 돌산 하나가 저 홀로 우뚝 솟아오른 모양새다.

제주의 대다수 오름들은 한라산 중턱에 걸려 있기에 아늑하면서 상대적으로 왜소해 보이는 반면 산방산은 해안가에 저 홀로 떨어진 독립성 때문에 훨씬 더 장엄하게 느껴진다.

박수기정에서 내려다본 대평포구.

한라산이나 다른 오름들처럼 거대 압력에 따른 폭발로 용암이 분출해 생긴 화산이 아니다. 땅 밑에서 뜨겁게 끓던 용암이긴 마찬가지다. 폭발에 의한 분출이 아니고 내부 압력에 못 이겨 지표면 틈으로 스멀스멀 밀려나온 것이다. 물처럼 점도가 없거나 약했더라면 넓게 퍼지며 굳어서 높이도 얼마 안 됐을 것이다.

점성이 강하고 밀도가 높은 용암이다 보니 퍼지지 않고 그 자리에 차곡차곡 쌓이며 굳어버려서 저런 400여 m 돌산을 이룬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는 재미없는 과학의 논리일 뿐이다. 산방산이 생겨난 유래에 대해선 옛날부터 제주의 할머니들 입을 통해 전해져오는 다른 이야기들이 많았다.

그중 하나가 설문대할망의 이야기다. 당시 천상세계에서 쫓겨난 설문대할망은 자신이 쉴 거처를 만들기 위하여 열심히 일했다. 망망대해에 섬 하나를 만들어냈고 그 한가운데에는 커다란 산도 쌓아 놓은 것이다.

찢겨진 치마폭 틈으로 흙이 숭숭 새어 나오다 보니 수백 개 오름들도 생겨났다. 할망은 그렇게 빚어낸 섬과 산이 마음에 들었다. 자신의 의도와 무관하게 생겨난 오름들도 결국은 좋았다.

단조롭지 않고 주변에 변화를 준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자신의 거처를 만드느라 열심히 일했으니 이젠 좀 쉬어도 될 차례다.

할망은 고단한 몸을 뉘였다. 두 다리 쭉 펴고 양손 활짝 벌려 편하게 드러누웠다.

머리를 산꼭대기에 걸치니 등으론 푹신한 대지의 감촉이 느껴졌고 발은 바다 멀리까지 닿았다. 그런데 고개와 머리 쪽이 다소 불편했다.

베개 역할을 해야 할 부분이 뾰쪽하게 솟아 있었기 때문이다. 할망은 오른손을 뻗어 산봉우리 부분을 한 움큼 뽑아냈다. 그리곤 아무 생각 없이 툭 던져버렸다.

뽑힌 봉우리는 경사를 타고 쪼르르 구르고 구르다 지금의 안덕면 사계리 해안에 멈춰 서며 산방산이 됐다.

 

뾰족했던 꼭대기가 움푹 파이자 비로소 베개처럼 편안해졌다. 지금의 백록담은 그때 그렇게 파여서 생겨난 것이라는 어릴 적 그럴싸하게 들었던 이야기를 기억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할망이 좀 더 세게 던져버렸더라면 봉우리는 바다에 떨어져 가파도나 마라도 옆에서 또 하나의 섬이 될 뻔했겠다.

편안히 누워 기분이 좋아진 설문대할망은 바닷물에 담긴 두 발로 물장구를 치며 놀았다.

하얀 거품과 거센 물결이 일기 시작했다. 이때 할망의 물장구놀이 때문에 제주 바당에는 지금까지도 격랑과 파도가 자주 이는 것이다.

비슷하지만 다른 설도 있다. 설문대할망이 널찍한 섬 우도에 치마저고리를 올려놓고 빨래를 하다가 방망이를 잘못 휘둘러 한라산 꼭대기를 쳤다는 것이다. 그 바람에 산 꼭지 부분이 파이며 지금의 백록담이 됐고 굴러떨어진 부분이 산방산이 됐다는 이야기다.

주인공이 바뀌기도 한다. 옛날 어떤 사냥꾼이 한라산 중턱에서 사냥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하얀 사슴(白鹿·백록)을 쫓다가 흰 구름에 휩싸인 산 정상에서 활시위를 잘못 당겼다. 빗나간 화살은 엉뚱하게도 하늘에서 내려와 잠시 산책 중이던 옥황상제의 엉덩이에 꽂혔다.

벌에 쏘인 것처럼 따끔한 통증에 짜증이 난 옥황상제가 홧김에 한라산 봉우리를 뽑아 휙 던져버렸다는 것이다.

누가 꼼꼼하게 확인했는지는 모르지만 산방산의 크기와 모양이 백록담의 움푹한 분화구에 딱 들어맞는다는 사실, 그리고 백록담이나 산방산의 암질(岩質)이 똑같다는 사실들이 이런 여러 설들을 그럴듯하게 뒷받침해주고 있다.

박수기정이 그랬던 것처럼 산방산도 가까이서보다는 멀리 떨어져서 보는 전경이 훨씬 더 웅장하다. 올레 9코스에서 점점 더 가까워지며 바라보는 산방산과 10코스 후반에서 점점 더 멀어지며 뒤돌아보는 산방산 모습이 더 아름다운 것이다.

사물이건 사람이건 어떤 상황이건 너무 가까이 말고 적당한 거리를 두고 살펴야 제대로의 모습이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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