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적 증거 등 없어...공소사실 입증 부족”
사건 발생 24년 만에 마무리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고(故)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의 피의자가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대법원이 공소사실이 제대로 입증되지 않았다며 사건을 다시 돌려보냈기 때문이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은 12일 살인과 협박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57)의 상고심에서 징역 12년이 선고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김씨는 1999년 11월 5일 새벽 제주시 삼도2동 제주북초등학교 인근 제주우편물류센터 골목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이 변호사를 공범과 함께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초 경찰은 살인교사 혐의를 적용했지만 검찰은 김씨가 사전에 공범과 범행을 공모하는 등 범행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고 판단, 공동정범으로 보고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1심 재판부는 검찰이 제시한 증거들이 김씨의 범행을 입증하기는 부족하다고 판단,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고 방송국PD를 협박한 혐의에 대해서만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김씨가 재판 과정에서 범행을 지시한 사실을 인정한 점, 흉기 등 사건 관련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미필적 고의를 갖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 징역 12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무죄 취지로 김씨의 진술 만으로는 살인을 인정할 만한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제보 진술을 뒷받침하는 객관적 증거나 구체적인 정황이 존재하지 않느다”며 “특히 피고인은 직접 범행을 실행하지 않은 공동정범으로 기소돼 범죄 행위자 각자의 지위와 역할이 구체적으로 입증돼야 하는데 객관적 증거나 구체적 정황이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 판결은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피고인의 진술이 형사재판에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하고 공소사실을 입증할 만한 신빙성을 갖췄는지에 관해 보다 신중하게 판단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강조했다.
한편 이 사건은 발생 이후 장기간 미제 사건으로 남아있었지만 2020년 6월 김씨가 방송 인터뷰 과정에서 자신이 조직폭력배로 활동할 당시 이 변호사의 살인을 교사했다고 주장하면서 사건 발생 21년만에 재수사에 착수, 김씨가 검거했다.
항소심 재판에서 유죄가 선고되면서 사건 해결은 물론 범행을 지시한 배후에 대한 추가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대법원이 사실상 무죄 판단을 내리면서 사건이 다시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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