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한파와 함께 눈이 내린 14일 오전 9시께 제주시 오라1동 경로당에는 추위를 피해 삼삼오오 모인 어르신들로 북적였다.
이날 가장 먼저 출근 도장을 찍은 오영자 할머니(81)는 오자마자 보일러와 전기매트, 전기난로 등 난방기구를 켜며 얼어붙은 경로당을 따듯하게 데우기 바빴다.
점심시간이 가까이 되자 모자, 목도리, 장갑으로 중무장한 어르신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하더니 20명이 넘는 어르신들이 추위를 녹이러 경로당을 찾았다. 어르신들은 대게 오전 중에 모여 오후 5시까지 하루 일과를 경로당에서 보내고 있다.
이날 모인 어르신들 가운데 최고령자인 김옥순 할머니(91)는 “집에서는 혼자 이불 속에만 있는데 경로당에 오면 방도 따듯하게 데워져 있고 말벗할 사람들도 있어 좋다”고 말하며 엄지를 척 치켜세웠다.
허문웅 오라1동 경로당 회장(83)은 “최근 날씨가 부쩍 추워지면서 경로당을 찾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며 “혼자 생활하는 노인들은 난방비 부담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난방비를 한 푼이라도 아끼고자 경로당을 찾은 변창도 할아버지(79)는 “전에 50만원 어치 등유를 넣으면 세 드럼(1드럼 당 200ℓ)은 찼는데 최근 주유했을 때는 두 드럼도 가득 차지 않아 놀랐다”며 “올해만 난방비로 200만원이 나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11월 기준 제주지역 실내 등유 가격은 1ℓ당 1372.76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 958.58원 대비 43.2%(414.18원) 올랐다.
난방비 부담이 커지자 제주특별자치도는 경로당, 복지회관 등 466개소의 한파쉼터에 한시 특별 난방비를 지원했다. 제주시 4억6700만원, 서귀포시 2억4885만원이다.
이와 함께 제주도는 8억7000만원을 투입해 기초생활수급자 6767가구와 복지 생활시설 146곳에 난방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읍·면·동주민센터 별로 어르신들께 안부 전화를 돌리고 한파쉼터에 부족한 점이 없는지 현장점검을 실시하고 있다”며 “취약계층이 따듯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원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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