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낮 12시께 제주시 영평동 양지공원 제1제례실 고한봉씨(80·가명)의 제단 위에 쌀밥과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미역국, 몇 가지 과일과 전, 떡이 올랐다.
“좋은 곳에서 편히 쉬시라”는 장례지도사의 추도사와 함께 고인의 명패 앞에 술잔이 올려졌다.
고씨는 지난달 28일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 몇 일째 인기척이 없자 이를 이상하게 여긴 집주인이 고씨의 집을 찾았고 고씨는 쓸쓸히 세상을 떠난 채 발견됐다.
제주시 관계자와 연락이 닿은 고씨의 유족은 경제적인 이유로 시신 인수를 포기했다.
장례지도사는 “연고가 없는 분들의 장례를 치를 때에는 마음이 더 쓰여 한 잔이라도 더 기울이려 한다”며 “다음 생에는 더 많은 이들의 축복이 함께하기를 염원한다”고 말했다.
최근 제주에서는 1인 가구 증가, 가족 해체 등으로 무연고 사망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용혜인 의원실(기본소득당·비례대표)로부터 받은 무연고 사망자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제주에서는 무연고 사망자 288명이 발생했다. 연도별로는 2017년 61명, 2018년 46명, 2019년 48명, 2020년 72명, 2021년 61명이다. 특히 올해는 지난 9일까지 제주시 67명, 서귀포시 20명 등 87명이 발생해 지난해보다 42% 늘었다. 연령대는 40대부터 70세 이상까지 다양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무연고 사망자의 경우 대다수가 고독사한 경우”라며 “최근 사회적 고립, 질병 등 고독사 위험에 노출된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무연고 사망자도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제주지역 가구 셋 중 하나는 1인 가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제주지역 1인가구는 8만9000가구로 전체 가구 27만1000가구의 32.7%를 차지했다. 연령별로는 50대 1인가구 비중이 20.5%로 가장 많았다. 이어 40대 16.7%, 60대 16.7%, 70세 이상 16%, 30대 15.4%, 29세 이하 14.3%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공영장례의 필요성은 점점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해 7월 제정된 ‘공영장례 지원 조례’에 따라 무연고 사망자에 대해 160만원 이내 장례용품(수의, 제물, 장의차)과 화장, 유골 안치 등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현재까지 제주에서는 116건의 공영장례가 치러졌다.
원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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