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순주씨, 4.3당시 문형순 서장 덕분에 생존 "의로운 일에 쓰였으면"
한백흥 지사의 손자 한하용씨도 자신의 몫으로 받은 보상금 쾌척
4.3유족회 회장단.임원 동참 물결...가칭 '4.3평화인권재단' 설립 가시화
고통 속에 살았던 유족들, 미래 세대의 평화와 인권위해 기부금 '선뜻'
4·3생존희생자와 유족들이 국가로부터 받은 피해 보상금을 미래 세대의 평화와 인권 교육을 위해 기부하면서 귀감을 사고 있다.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에 거주하는 4·3생존 희생자 강순주씨(91)는 4·3당시 자신의 목숨을 살려준 고(故) 문형순 성산포경찰서장의 의로운 뜻을 받들어 지난 18일 1000만원을 제주4·3유족회(회장 오임종)에 기부했다.
일본에서 중학교를 마친 강씨는 귀국 후 4·3의 광풍을 마주했다.
그는 고향 가시리 마을이 잿더미가 되자 도피생활을 하던 중 토벌대에 붙잡혔다. 그는 한국말이 어눌하다는 이유로 집단 수용시설로 사용된 주정공장에 끌려간 후 취조와 고문을 당했다.
그는 1950년 불순분자라는 누명을 쓰고 예비검속 대상으로 분류돼 총살형을 당할 위기에 놓였다.
이 때 문형순 서장은 죄가 없는 19살 소년을 풀어주며 사회와 나라를 위해 보탬이 되는 일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문 서장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6·25전쟁에 국군으로 참전했다.
문 서장은 성산포지역에서 예비검속으로 구금된 221명을 총살하라는 군의 명령에 ‘부당(不當)하므로 불이행(不履行) 하겠다’며 이들을 풀어줬다.
‘한국판 쉰들러’라 불렸던 그는 말년에 대한극장(현대극장의 전신)에서 매표원으로 일하던 중 1966년 향년 70세에 홀로 생을 마감했다.
강씨는 “생명의 은인인 문형순 서장을 기리기 위해 6월 20일마다 제사를 지내고, 벌초를 하고 있다”며 “집안이 넉넉하지 않지만 문 서장의 뜻을 받들어 의로운 일에 쓰일 수 있도록 보상금을 기부했다”고 말했다.
앞서 독립유공자이자 4·3희생자인 한백흥 지사의 손자 한하용씨(77)도 자신의 몫으로 받은 보상금 375만원을 기부했다.
한씨는 많은 유족들이 고통 속에 살아왔지만, 자라나는 세대들은 평화로운 세상에 살기를 바란다며 기부에 동참했다.
오임종 유족회장은 “회장단과 임원들도 국가로부터 받은 보상금 일부를 기부하기로 했다”며 “4·3평화기금이 조성되면 평화·인권 사업과 미래 인재 육성, 불우한 유족 돕기 등에 사용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4·3유족회는 내년 3월까지 가칭 ‘4·3평화인권재단’을 설립하고, 기부금 모집과 사용 목적을 명시한 정관을 마련해 십시일반 모금된 성금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사용하기로 했다.
좌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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