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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영화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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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주일보 2022. 11. 18.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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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어린이 희생자 이야기 첫 영화로
818명 이름 새긴 예술영화 ‘폭낭의 아이들’

 

전쟁과 내란에서 최대 희생자는 여자, 어린이, 그리고 노인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며, 평화롭지 못한 시대에 이름도 없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간 어린 영혼들에게 바치는 메시지를 받아들었다.

사유진 감독의 예술영화 ‘폭낭의 아이들’ 시사회가 17일 CGV제주노형점에서 열렸다.

어린이 희생자의 위패를 기다리는 북촌리 희생자 유족회 고완순 회장의 모습이 담긴 영화 스틸컷.

사 감독은 감독과의 대화에서 “2016년 4·3사건에서 여성 희생자의 이야기를 담아 ‘제주 : 년의 춤’을 제작했다”며 “이 과정에서 10세 미만 아이들의 희생도 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영화 ‘폭낭의 아이들’ 제작은 2020년 제주4·3 평화공원에 있는 174개의 각명비에서 열 살 미만 어린이 희생자의 이름을 찾아내며 시작됐고, 꼬박 2년이 걸려 완성됐다.

상우(10세)와 신예(9세)는 자신들이 죽었는지도 모른 채 아기 무덤가에서 놀고 있다. 소리꾼 석범이 제주굿 노래 ‘사냥갑서’와 제주 장례 소리 ‘진토굿 파는 소리’를 부르며 아기 무덤으로 다가오자 상우와 신예는 신기해서 석범 뒤를 따른다. 상복을 입은 사람들이 헛묘를 만들자 상우와 신예는 자신들의 집이라고 좋아하며 뛰어든다.

열 살 아래 희생된 어린아이 818명의 이름을 무명천에 적어 폭낭에 열명(列名)하고 그 이름을 하나씩 불러본다. 이어 제작팀은 북촌 너븐숭이 애기무덤까지 어린이 희생자의 위패를 들고 걸어가 북촌리 희생자 유족회 고완순 회장에게 인계한다. 유족회 부녀회원들은 죽은 아이들을 위해 동백꽃 모양의 주먹밥을 만들어 위로한다.

영화는 4부로 구성됐다. 제1부 폭낭의 아이들, 제2부 너븐숭이, 제3부 애기 무덤, 제4부 동백(童白)이다. 어린아이들이 동백꽃이며, 동백꽃은 제주 신화에서 환생을 의미한다. 꽃으로나마 환생하길 바라는 사 감독의 마음이 담겼다.

사 감독은 “제주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한정되지 않은 슬픔과 고통으로 살아가는 제주4·3 희생자들 가운데 어린 희생자는 가장 뼈아픈 사건이었다”며, “이념이나 가치가 무엇인지, 왜 죽임을 당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을 아이들의 이름은 그 자체가 제주4·3의 아픔으로 남았다”고 말했다.

 

김형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