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들에게 피해가 될까 7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4·3 당시 불법 군법회의를 받고 형무소에 수감됐던 사실을 숨겨왔던 생존 수형인의 직권재심이 추진된다.
광주고등검찰청 소속 제주4·3사건 직권재심 권고 합동수행단(이하 합동수행단)은 27일 제주지방법원을 방문, 4·3 생존 수형인 박화춘씨(95)의 직권재심을 청구했다.
제주4·3 당시 서귀포시 중문면 강정 월산마을에 살던 박씨는 1948년 12월 26일 제주도계엄지구 고등군법회의에 회부되 내란죄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아 수감생활을 한 생존수형자다.
박씨는 4·3 당시 수감생활을 했던 사실이 알려지면 혹여나 자녀들이 피해를 입을까봐 7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이 사실을 숨기고 살아왔다.
그러다 최근 제주4·3평화재단의 추가 진상조사 과정에서 박씨의 이름이 군사재판인 1차 군법회의와 2차 군법회의에 회부된 4·3피해자들의 신상정보가 담긴 수형인명부에 기록된 사실이 확인됐다.
문제는 박씨가 그동안 4·3 피해 사실을 숨겨오면서 4·3희생자로 등록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4·3 군사재판 수형인 직권재심은 올해 초 전면 개정된 제주4.3특별법 제14조에 따라 4·3 희생자로 결정된 수형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에 합동수행단은 박씨의 직권재심을 4·3특별법이 아닌 형사소송법에 따른 직권재심으로 청구했다.
합동수행단 관계자는 “박씨는 희생자 신고가 이뤄지지 않아 4·3특별법 특별재심 요건은 갖추지 못했지만 4·3 당시 불법수사 등 형사소송법상 재심 요건을 갖춘 것으로 사료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희생자로 결정된 수형인을 우선적으로 직권재심을 청구했지만 박씨가 고령인 점을 감안해 신속히 명예를 회복하도록 할 필요가 있어 형사소송법에 따른 직권재심을 청구했다”며 “희생자 결정이 없는 생존 수형인을 형사소송법에 따른 직권재심을 청구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김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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