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기부제 시행 한 달…제주 누적 기부금 1억 넘었다
제도 시행 첫달인 지난 1일부터 30일까지 1억원 넘게 모여
대부분 10만원 이하 기부…돼지고기·감귤·갈치·탐나는전 인기
제주도와 타 지방·기초 자치단체 상호 기부도 이뤄져 눈길 끌어
법인격 없는 제주시·서귀포시 모금 불가…법 개정 이뤄져야
시행 한 달째를 맞은 고향사랑기부제가 출향민과 제주를 고향처럼 사랑하는 기부자들의 많은 성원을 얻고 있다.
30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첫날인 지난 1일부터 30일까지 제주도에 900여 건, 1억원이 넘는 금액이 모금됐다.
제주에 기부 행렬이 이어지는 것은 출향민이 많고, 우리나라 대표 관광지인 만큼 애정을 가진 사람이 많은 데다, 답례품 경쟁에서도 타 시·도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부액은 전액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10만원 이하’가 가장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기부자들이 많이 선택한 답례품은 돼지고기와 감귤, 갈치, 탐나는전(제주 지역화폐)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표적인 기부 사례를 보면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 균형발전에 대한 의지를 담아 서울시를 제외한 제주 포함 16개 시·도에 30만원씩 쾌척했다.
제주지사를 지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고향 제주에 연간 기부 최고 한도액인 500만원을 기부했고, 배우 현석도 제도 시행 첫날인 지난 1일 제주를 방문해 고향사랑기부를 했다.
제주도와 다른 지방 및 기초 자치단체 간 상호 기부도 이뤄져 눈길을 끌었다.
오영훈 지사와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서로 100만원을 기부하며 유대관계를 더욱 끈끈히 했고, 오 지사와 김한종 전남 장성군수도 상호 고향사랑기부를 하며 양 지역의 우정을 두텁게 다졌다.
골프선수 박민지(NH투자증권)와 배구선수 정지석(대한항공), 탁구선수 신유빈(대한항공), 탁구코치 김경아(대한항공) 등 스포츠 스타들도 최소 100만원에서 최대 500만원을 각각 기부하는 등 고향사랑기부에 동참했다.
제주도도 고향사랑기부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설 연휴 기간 제주국제공항에서 고향사랑기부제 안내상황실을 운영하고, 서울로 출장을 갔던 오 지사가 직접 나서 김포공항에서 제도를 적극 홍보하기도 했다.
전국 광역 및 기초 자치단체 243곳이 모금에 나서는 반면, 제주시와 서귀포시는 법인격이 없는 행정시여서 모금을 할 수 없는 점은 제주도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현행법상 고향사랑기부제 참여는 개인만 가능해 법인도 참여할 수 있도록 기부금 규모 확대를 위한 법안 개정도 시급한 상황이다.
채종우 제주도 세정담당관은 “양 행정시에서 모금을 하려면 제주특별법과 고향사랑기부금법에 명시된 기금 주체에 행정시를 포함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필요하다”며 “쉽게 말해 제주특별법과 고향사랑기부금법 모두 개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도가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다 보니 제주도와 행정안전부 모두 모금에 일이 쏠린 경향이 없지 않다”며 “하반기부터는 양 행정시 문제 해결은 물론 법인도 고향사랑기부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위해 힘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이 자신의 주소지를 제외한 지방자치단체에 연간 500만원 한도 안에서 기부할 수 있는 제도다. 기부자는 10만원까지 전액 세액 공제, 10만원 초과분은 16.5%의 세액 공제 혜택과 함께 기부 금액의 30% 이내 해당하는 답례품을 받을 수 있다.
고향사랑기금은 모금 또는 접수한 지방자치단체가 기금을 설치해 법이 정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고향사랑기부금에 관한 법률’이 정한 사용처는 ▲사회적 취약계층의 지원 및 청소년의 육성·보호 ▲지역 주민의 문화·예술·보건 등의 증진 ▲시민 참여·자원봉사 등 지역공동체 활성화 등이다.
진유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