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곳곳에 4·3유적 산재...초토화작전으로 양민들 희생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배경으로 한 제주4·3 다크투어(Dark Tour)가 조성된다.
다크투어는 참상이 벌어진 역사적 장소나 재난·재해 현장 등을 돌아보는 여행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한강의 소설이 배경이 된 중산간 마을·학살터 등 제주4·3 유적지에 대한 다크투어 프로그램을 개발한다고 21일 밝혔다.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에는 제주4·3 당시 무장대와 내통할 수 있다며 해안에서 5㎞ 이상 들어간 중산간지대를 통행하는 자는 폭도로 간주해 총살하는 소개령과 중산간마을에서 자행된 초토화 작전으로 희생된 주민의 이야기가 다뤄졌다.
또한 소설에서 휘몰아치는 눈은 고통의 상징물로, 학살당한 부모를 찾기 위해 시체 얼굴을 덮은 눈을 치우는 장면이 묘사됐다.
제주4·3이 한창이던 1949년 1월 6일 변병생씨(당시 25세)와 그녀의 두 살배기 딸은 제주시 봉개동 오름에서 군인들에게 쫓기던 중 총에 맞아 숨졌다.
후일 눈 더미 속에서 발견된 어머니는 죽어가는 순간까지 아기를 꼭 껴안고 있었다. 제주4·3평화공원에는 죽어간 두 생명이 거센 바람에 흩날리는 눈과 같다는 의미로 ‘비설(飛雪)’이라는 조형물을 설치해 모녀의 희생을 기리고 있다.
도내 곳곳에는 4·3유적들이 산재해 있다.
초토화작전으로 마을이 불탄 후 사라진 ‘잃어버린 마을’은 109곳에 이른다.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 다랑쉬굴은 동굴 속에 숨은 아홉 살 아이와 여자 셋을 포함한 양민 11명이 군·경 토벌대가 피운 연기에 질식사한 비극의 현장을 보여준다. 이후 군사정권은 진실을 감추기 위해 발굴된 유해를 화장해 바다에 뿌리면서 4·3진상규명 운동을 전국에 확산시킨 기폭제가 됐다.
1949년 1월 17일 제주시 조천읍 북촌리에서는 한날한시에 남녀노소 446명이 희생됐다.
북촌리 마을은 4·3당시 단일 사건으로는 가장 많은 인명 피해가 났으며, 아이들의 시신은 가매장한 상태 그대로 7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남아있어서 ‘북촌 너븐숭이’ 유적이 세워졌다.
조상범 도 특별자치행정국장은 “한강의 노벨상 수상이 제주4·3을 세계에 알리는 데 크게 기여하고 제주4·3기록물의 세계유산등재 추진이 탄력을 받게 됐다”며 “다만, 제주4·3 관련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작가와 신중하게 접근하겠다”고 밝혔다.
김종민 4·3평화재단 이사장은 “4·3이라는 현대사의 어두운 그림자 뒤에 가려진 아픈 역사를 조명한 ‘순이삼촌’ 현기영 작가와 ‘돌담에 속삭이는’ 임철우 작가, 한강 작가가 함께 제주와 서울 등에서 북콘서트를 하게 된다면 4·3 세계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도내 4·3유적은 성터 65곳, 희생터 154곳, 잃어버린 마을 109곳, 군·경 주둔지 83곳, 무장대 은신처 28곳 등 모두 597곳에 이르고 있다. 이들 유적은 고난과 비극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제주4·3사건은 1948년 4월 3일부터 1954년 9월까지 6년 6개월 동안 전개됐다.
섬 곳곳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과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제주 전체 인구의 약 30만명 중 10%인 3만여 명이 목숨을 잃거나 행방불명됐다. 또 중산간마을 95%가 소실됐다.
좌동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