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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에서 보낸 유년시절의 향수, 옥수수 껍질 말아쥐고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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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주일보 2024. 2. 6.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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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희대 작가 첫 개인전 '위풍당당'…11일부터 제주도문예회관 제2전시실

 

“첫 개인전이 늦었을 뿐, 어린 시절부터 평생 작품활동에 매진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채희대 작가의 첫 개인전 ‘위풍당당’이 오는 11일부터 15일까지 제주도문예회관 제2전시실에서 열린다. ‘옥수수 껍질로 빚은 축제의 언어’라는 부제가 인상적이다.

채희대 작 '날다'

 

어린시절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고, 건축업에 몸담으며 프리스케치를 줄곧 해왔다. 타일 모자이크 작업과 동판 부조 작업도 그의 손끝에서 태어났다.

채 작가의 고향은 강원도 홍천군 남면 양덕원리다. 유년시절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곳이다.

옥수수 껍질을 말아쥐고 그림을 그리는 이유와 연상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채 작가는 “오랜 시간 건축업에 종사하면서 손에 마비가 오기도 했고, 무엇보다 세밀하게 그리는 것에서 탈피하고 싶었다”며 “옥수수 껍질이라는 재료는 고향을 추억하게 하고, 자신감을 가지게 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채 작가의 작품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면 볼수록 정교하고 세밀하다. 붓이나 옥수수 껍질이나 모두 작가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는 수단일 뿐이라는 명확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백록담을 나는 수탉’ 등 3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채 작가는 10여년 전 제주도 제주시 조천읍 신촌리에 터를 잡았다.

삶의 과정에서 얻게 된 심리적인 부대낌에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작은 텃밭 돌담에 탈출한 수탉 한 마리와 조우한다.

 

닭장을 탈출해 당당한 기품으로 모델이 되어 준 수탉은 1973년 스티브 맥퀸 주연의 프랑스 영화 ‘빠삐용’을 연상하게 했고, ‘신촌리 빠삐용’으로 작품 속에서 다시 태어났다. 위풍당당한 모습의 닭은 마치 채 작가 자신처럼 보였다. 스스로 용감해지는 순간이었으며, 이후 작품의 중요한 모티브가 됐다.

채 작가는 “‘신촌리 빠삐용’이라는 작은 그림을 볼 때마다 ‘달리다굼(아람어, 일어나라)’을 외치는 것처럼 방향을 바로잡는 계기가 됐다”며 “옥수수 껍질로 그림을 그리는 순간만큼은 어린시절 고향의 친구들과 신나게 뛰어놀던 추억처럼 행복하다”고 말했다.

 

김형미 기자